안성은 적적하고 무서운 곳
강의 하루 전날 안성에 왔다. 오후 4시에 출발한 고속버스(동양고속)는 비 탓에 반포나들목 초입에서 15분 동안 묶여 있었다. 그래도…
젊은 여자의 말을 조심하세요
롯데상품권 카드가 굴러들어와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으로 향했다.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출구들 사이에서 한참 멍청히 있었다. 모든 출구가 롯데백화점과 이어져…
나는 역시 내가 왜 사는지가 제일 궁금하다
어서 죽고 싶다고 읊조리곤 했다. 그러니까 이십 년쯤 줄곧. 고등학교 시절에는 주에 한 번씩 커터 칼로 팔뚝에 실금을…
다 잘 지내나요?
별일 없이 웃고 사는지 궁금했다. 얼굴은 모르지만 늘 함께 흔들리던 사람들이. 그래서 몇 년 만에 피들리(Feedly) 앱을 설치했다.…
장미와 햇밤
홍장미가 청양 할아버지 댁에서 직접 털고 주운 햇밤을 건네주고 갔다. 종이봉투에 아주 정결하게 담긴 몇 줌의 햇밤이었다. 귀한…
한국에 놀러 와요, 니가
독일에 놀러 와요. S는 말했다. 나는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나는 독일에 갈 리 없다. L과 K는 어쩌면 독일에…
미스터 브레인워시展: 인사동 아라모던아트 뮤지엄
미스터 브레인워시전(Mr. Brainwash展)에 다녀왔다. 인사동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몇 년 전과 달라진 거라고는 호객꾼뿐이었다. 어린 호객꾼들은 한복을…
팔을 지우고 너를 만지는 수면 마법
아침 일곱 시 회의는 처음이었다. 아침 일곱 시란 거울과 마주 서서 밤이 밴 얼굴을 들여다보곤 자기를 모욕하다가 모조리…
너는 맹추처럼
뒷방에 가만히 혼자 누워 어슬어슬한 너를 어루더듬는다. 너는 맹추처럼 자꾸 웃어준다. 다디달다. 어딘가에 있을 진짜 너에게 공연히 죄스럽다.
약속의 생명력
빙수가게 문을 미는 순간 오래전 약속이 떠올랐다. 다음에 여기 같이 오자. 나와 K,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 K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