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상품권 카드가 굴러들어와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으로 향했다.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출구들 사이에서 한참 멍청히 있었다. 모든 출구가 롯데백화점과 이어져 있는 걸까, 어디에도 이정표가 없었지만 어찌어찌 도착했다.
예쁜 맨투맨 티셔츠가 잔뜩 있을 줄 알았다. 백화점이니까. 그런데 죄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전에도 느낀 거지만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그냥 여느 지하상가와 다를 바가 없다. 결국 유니클로에 가서 무난한 티셔츠들을 몇 장 집었다.
한 어르신이 내게 상품 위치를 물었다. 직원이 아니라고 해명하기 전까지 어르신은 내 대답을 기다리고 서 있었다. 탈의실에 가는 도중에 한 여자가 상품 위치를 물었다. 난 이곳 직원이 아니라고 말하려는데 아까 그 어르신이 여자의 팔을 끌었다. 아냐. 아냐 라고 말하면서. 부녀에게 유니클로 직원으로 오해를 받고 나니 진지하게 궁금해졌다. 내가 유니클로의 디자인 철학의 현현으로 보이십니까. 직원들은 검은색 티셔츠를 나는 회색 맨투맨을 입고 있었다고요.
줄무늬 티셔츠를 두 장 사고 지프 매장에 들렀다. 얼마 전부터 새 후드 집업을 하나 마련하고 싶었다.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고 L, XL, M 사이즈 순으로 입어봤다. M 사이즈가 잘 맞는 것 같았다. 그런데 20대 여성 점원은 다른 소리를 했다. “M 사이즈는 기장이 애매하네요. L 사이즈가 잘 맞으세요.” 나는 ‘어, 그래? 그런가? 그런 거 같기도 한데?’라고 생각했다. 젊은 여자의 말은 이상하게 항상 설득력이 있다.
조금 전 집에 도착해서 다시 입어 보고 ‘역시 M 사이즈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래서, ‘곁에 있는’ 젊은 여자의 말만 설득력이 있는 거로 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