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아침 일곱 시 회의는 처음이었다. 아침 일곱 시란 거울과 마주 서서 밤이 밴 얼굴을 들여다보곤 자기를 모욕하다가 모조리 단념하고 딱딱한 바닥에 몸을 내던지는 시간이 아니었나? 나는 잠시 투덜대고 초저녁부터 알람을 맞춘 뒤 방 안의 불을 모두 껐다. 적막한 방에 누워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종당 잠들지 못하고 아침을 맞았다. 그래도 두어 시간만 꾹 참으면 집에서 마음껏 쓰러질 수 있을 거라고, 몸에 물을 끼얹으며 믿었다. 정시에 시작된 회의는 영 진척이 없었다. 나는 회의 내내 ‘1초 뒤 졸도’를 예감했지만 무려 다섯 시간을 버텼다. 하지만 그 예감이 졸도에서 사망으로 발전했을 때, 여러 번 읍소하고 회의실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벅거리는 두 다리에 실려 집으로 옮겨지면서 나는 강렬하게 열망했다.

밤에 자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고 싶다.

나는 밤에 잠들기 위해 갖은 방법을 시도해왔다. 미온 샤워, 자연 효과음, 심신 안정 노래, 숙면 베개, 마인드 컨트롤, 양 세기, 4-7-8 호흡법, 스트레칭, 독서, 공부, 36시간 깨어 있기, 수면제 등 현존하는 모든 방법을 써봤다. 그나마 몇몇 노래, 장필순의 <애월낙조>, 요조·정재일의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조정석의 <푸른 옷소매>, 아이유의 <무릎>, 성수 스님의 <반야심경>은 이따금 도움이 됐다.

사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연인과 함께 잠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941일째 혼자 자고 있다. 앞으로 오래오래 혼자 잘 것 같다. 그래서 ‘손만 잡고 자기’를 고안했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옆으로 누워 눈을 감는다. 그 순간 나는 ‘바닥/몸 틈에 낀 팔’ 하나와 ‘온전한 팔’ 하나를 갖게 된다. 동시에 ‘바닥/몸 틈에 낀 팔에 매달린 손’과 ‘온전한 팔에 연결된 손’을 하나씩 얻게 된다. 손 2종의 준비를 마쳤다면 ‘온전한 팔에 연결된 손’을 ‘바닥/몸 틈에 낀 팔에 매달린 손’으로 뻗는다. 잡는다. 그리고 ‘온전한 팔에 연결된 손’의 감각에 집중한다. 몇 분 후에는 ‘바닥/몸 틈에 낀 팔에 매달린 손’이 희미해진다. 지워진다. 이제부터 내 팔과 손은 하나뿐이지만 까짓거 괜찮다. 오늘은 다감한 밤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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