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브레인워시전(Mr. Brainwash展)에 다녀왔다.
인사동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몇 년 전과 달라진 거라고는 호객꾼뿐이었다. 어린 호객꾼들은 한복을 걸치고 외국인만 골라 붙잡아 세우며 조급하게 굴었다. 여기서 한복은 흥정바치의 유니폼인 것 같았다.
어렵사리 찾아간 아라아트 뮤지엄도 사람이 넘쳤다. 혼자 구경 나온 사람은 나 하나뿐인 것 같았다. 관람객은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분주했다. 일행 중 하나가 작품을 등지고 서면 누군가는 셔터를 눌렀다. 나도 기록 사진이 나의 사명인 것처럼 열심히 찍었다. 그래도 내 모습은 한 장도 남기지 않았다. 몇몇 커플은 사진 한 장만 찍어달라고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때마다 주저앉아 다리가 길어 보이도록 찍어주었다. 그중 한 커플은 “저희도 찍어드릴까요?”라고 물어왔다.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부질없어요, 라고.
내가 전시품을 사진으로 남기는 동안 약빠른 치들은 다짜고짜 프레임 안으로 뛰어들어 포즈부터 잡았다. 나는 물러날 새도 없이 그들을 사진으로 채집하게 되었다. 그들을 내 사진의 하자로 영원히 살도록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도 프레임 바깥으로 이어진 시선, 그 행복의 궤적이 불운까지 가 닿을 때 이 사진 한 장이 어떤 전조가 될 수 있길 바라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가만히 드러내는 이 위악들이 내 몰락의 빌미가 될 것이라는 게 더 명백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