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의 정서(情緖)

이 도시는 폐허가 된다. 내 명의로 전세권이 설정된 이 주택도 포클레인의 광포함을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많은…

반지하의 정서(情緖)

내가 앉아 있는 자리 앞까지 볕이 기어 왔다가 달아난다. 나는 놀리기 쉬운 술래다. 몸의 절반을 반지하에 묻고 난…

봄의 정언

봄바람이 분다. 중력 탓에 바닥으로 꺼져가는 이들의 몸을 살짝 들어 올려주는, 마음이 따뜻한 소녀의 입김 같기도 한 봄바람이…

슬픔의 식탐

어머니와 아버지께선 어죽 잡수러 가셨다. 나는 정오의 푸른 햇볕이 떨어지는 차도를 바라보며 내 내면 어디쯤을 산책하고 있다. 환상적인…

살게 하소서!

너의 환후(幻嗅)에 시달린다. 잠을 못 잔 탓인지 속이 울렁거리고 미열이 난다. 몸살은 나를 차가운 파도가 들고나는 개펄에 조심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