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뉴욕 물고기, 무중력


너의 환후(幻嗅)에 시달린다. 잠을 못 잔 탓인지 속이 울렁거리고 미열이 난다. 몸살은 나를 차가운 파도가 들고나는 개펄에 조심스럽게 누인다. 온몸에 파도가 부드럽게 넘실거리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웃음을 터뜨리다가 이불을 끌어당긴다. 폴리에스터 100%인 이불은 너의 두 팔처럼 내 허리를 끌어안는다. 간지러워. 정말 간지럽다니까. 한때, 모든 시간이 뒤죽박죽이던 날, 너는 이 분홍 이불로 하얀 몸을 감추려 했었지. 생각에 또 너에게 미치자 환후가 점점 선명해져 나는 겁을 집어먹는다.

그만.

몸살은 남고 너는 돌아갔다. 네 두 팔이 스르륵 풀어지자 세계가 다시 흔들린다. 나는 이마에 손을 얹고 일어나 컴퓨터를 켠다. 눈 쌓인 바탕화면에 ‘꾀꼬리’라는 폴더를 만들고 너와 함께 듣고 싶은 노래를 집어넣는다. 노란색 반투명 폴더에서 시작된 좋은 소리가 들려온다. 습관처럼 내밀었다가 재빨리 감추던 네 혀처럼, 공기를 수줍게 흔들어 놓고 소리는 사라진다. 내 떨림은 한동안 멈추지 않는다. 선율에 실린 달콤한 고백들은 오래지 않아 신비를 잃고 하나의 ‘메롱’이 되어버릴 것이다. 모든 말하여진 것들처럼, 불리어진 것들도.

이런 이른 비관이 있었기에, 낮은 낮으로 밤은 밤으로, 너는 너로 나는 나로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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