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7일과 9일 사이, 집
나를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는 게 찌개에 몇 사발의 물을 부었을까. 가스레인지 곁에 서서 자꾸 졸아드는 국물을 지켜보며 속으로…
5월 7일과 9일 사이, 고향
줄무늬 라운드 셔츠를 입은 소년이 사거리에 서서 좌우를 둘러보다가 의사총 방향 건널목을 가로지르기 시작한다. 한 쪽 다리가 짧은…
5월 7일과 9일 사이, 열차
전신에 화상 자국이 있는 남자가 바로 옆 열 통로 좌석에 앉았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남자를 곁눈질했다. 남자는 당연히…
파편, 2010년 04월
20100409 (금) 당신은 너무 황홀하여, 나는 꿈이 된다. 황홀한 당신이 등 뒤로 사라지면, 나는 모든 게 지겨워진다. 돌연…
파편, 2010년 02월
20100201 (월) 나의 ‘사랑’은 정말로 고약한 것이다. 이것을 받아 드는 그 사람은, 아마도, ‘나’라는 고약한 음식물 쓰레기를 가슴에…
가을엔 두 번쯤 멜랑콜리
여자는 나를 돌아봤다. 그 순간, 지구를 삽시간에 멸망시킬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숫자의 유성이 내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가을엔 한 번쯤 멜랑콜리
나도 남자니까, 잠깐 가을을 걸치고 쓴다. (나도 잠깐 남자니까, 라고 읽어도 된다) 나는 여름 막바지에나 어울리는 얇은 줄무늬…
잘가라, 대우 공기 방울 세탁기(DWF-1194G)
전기를 넣었지만 반응이 없다. 그것뿐이다. 이런 일은 예견되어 있었다. 그날이 오늘일 뿐이다. 나는 소박한 ‘오늘의 사건’ 한 가지를…
스스로 조금씩 더 불행해질 것
다시 태어나면 물미역이나 부표(浮漂)가 되고 싶다. 1지망 물미역으로 환생한다면, 바다에서 미끈한 줄기를 가꾸며 원 없이 하늘거릴 것이다. 물론…
한 대통령의 윤리적 죽음
그는 나와 당신에게 말을 걸어준 유일한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그가 말을 거는 형식에 대다수 사람이 크게 당황했다. 그것뿐이다. 잘못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