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됐든 살려야 한다
모든 연출은 피비가 한 것이다. 현장에서 나는 때마침 카메라를 들고 있었을 뿐이다. 내가 수단 아요드 식량배급소의 독수리와 소녀…
모두 봄꽃의 수취인 같다
자꾸 굳어버리는 몸을 주무르며 교정을 헤맸다. 사람들은 모두 봄꽃의 수취인처럼 나무 아래를 서성었다. 나는 꽃잎이 죽을 자리를 피해…
사랑을 쓰려거든 스마트보드
스마트보드를 샀다. 경솔하게 써도 담아두지 않는대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여기에 부끄러운 게 아직 부끄러울 때 고백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골목길에 차린 저녁 밥상
집 앞을 산보하며 낮과 밤을 반죽해 고른 저녁을 골목에 채워두었더니 지나는 이웃마다 뭘 준다. 169번지 아주머니는 장바구니에서 순두부를…
새해 복을 끊어 가시오
설에 이정록 선생님을 뵀다. 선생님께서는 종이봉투에 덕담을 적고 그 안에 새 책을 담아 주셨다. 여전히 내 가장 큰…
내일의 날씨
강물 밑에서 사람을 찾고 있다. 투신하기 전에 그도 일기예보를 확인했겠지. 포근한 날씨, 미세먼지 농도 보통, 북상 중인 비구름,…
달마사) 여태 초입이다
여태 초입이다. 참신한 우울도 슬픔도 없으면서 계속 여기다. 어머니는 내가 열차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서기 전에 속옷을 벗어…
참 예쁜 새끼 입
집에 도착하자마자 입안에 조갯살을 넣어주신다. 부모님은 내가 오몰오몰 씹는 모습을 참 정답게 지켜보신다. 잘게 씹은 조갯살을 꿀떡 삼키자…
길상사) 조용히 가라앉는 내 그리움
길상사에 다녀왔다. 일몰 후의 길상사는 무던히 쓸쓸해서 내 그리움을 몽땅 내던져도 물무늬 하나 일지 않았다. 그래봐야 마음은 창졸간에…
가을의 고양이와 겨울의 공백
지난 가을, 고양이들이 마당을 떠났다. 나는 자주 계단에 앉아 고양이들을 기다렸다. 무화과 잎이 가지에 상처를 남기며 떨어지고 첫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