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에 다녀왔다. 일몰 후의 길상사는 무던히 쓸쓸해서 내 그리움을 몽땅 내던져도 물무늬 하나 일지 않았다. 그래봐야 마음은 창졸간에 다시 넘쳤다. 다짜고짜 일어나 나를 주저앉혔다. 설법전 앞에 주저앉아 한 모녀를 봤다. 모녀는 일주문을 지나 곧장 길상보탑으로 향했다. 그리고 불전함 앞에 서서 느루 염원하다가 탑 둘레를 둥글게 돌고 승방 사이로 사라졌다. 나도 그 궤적을 따라 몸을 옮겼다. 왜인지 탑 주변에 모난 도형만 자꾸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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