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는 지네 운수조합 사무실
얼추 익은 무화과를 거둬들였다. 하루 더 나무에 매달아두고 싶었지만 나와 새는 해마다 무화과 수확 시기를 두고 눈치를 살펴왔다.…
로모가 잊힌 세계
P가 난데없이 집에 왔다. 나는 눈가를 비비며 어쩐 일이냐 물었다. P는 떠름한 표정으로 아직까지 잤느냐 물었다. 나는 방안으로…
외장하드가 무섭다고 그리오
외장하드 넷이 모여 깔딱깔딱 숨만 쉬오. 제1의 외장하드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3,4의 외장하드도 무섭다고 그리오. 이대로 끝이라면, 나도 도로를…
소고기 사주면서 하는 말은 모두 진심
홍장미가 소고기를 사줬다. 와규 프리미엄도 사주고 와규 스페셜도 사주고 와규 불초밥도 사줬다. 너무 많이 먹었더니 나중에는 혈관이 막히는…
책방무사의 처음 보는 여름
책방 무사 주인 요조는 작은 일에도 공을 들였다. 길 건너에 내어둔 화분은 해의 기울기에 따라 책방 가까이 옮겨졌다.…
백성, 고난의 주인 (한국국학진흥원 웹진 담談)
땡! 땡! 땡! 땡땡! 땡땡땡! 서장호는 정녕 요란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빈발한 종소리에 차츰 정신이 돌아왔다. 방 안은…
봄은 참 근면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흥얼거릴 봄 노래도 아직 떠올리지 못했는데 꽃은 또 열심히 왔구나. 우리도 뭐든 열심히 해야 할…
난 지금 정말 좋아요
밤마다 전화를 한 통 받고 있어. 너머에서 외삼촌은 자꾸 어떤 여자를 만나보래. 설명대로라면 그 여자는 나를 만날 이유가…
중고나라 마스터
나는 인류 진화의 실현이다. 나는 인류 포장기술의 지고지선이다. 나는 세종대왕의 태만을 고발하는 징증이다. (중고나라 택배 거래는 넘나 재밌는…
즐거우면 너무 무서워
어제는 술자리에 있었다. 유쾌했다. 그러나 순결한 즐거움이 들이칠 때마다 질겁했다. 쓸려 내려가지 않으려고 맞섰다. 수면제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삼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