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추 익은 무화과를 거둬들였다.
하루 더 나무에 매달아두고 싶었지만 나와 새는 해마다 무화과 수확 시기를 두고 눈치를 살펴왔다. 이번에는 그 새가 황망한 얼굴을 할 것이다. 내 무화과나무가 생기고 나는 알러지라는 걸 처음 겪었다. 살갗 밑으로 수십 마리의 지네가 기어들어와 운수조합을 설립하고 골골샅샅 따끔이들을 내려주며 발도장을 찍어대는 느낌이었다. 이게 알러지라는 걸 알게 된 건 두 해쯤 더 지나서였다. 이후로 갓 딴 무화과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오늘 수확한 무화과는 L에게 줬다. L은 새도 수긍할 만큼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