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전화를 한 통 받고 있어. 너머에서 외삼촌은 자꾸 어떤 여자를 만나보래. 설명대로라면 그 여자는 나를 만날 이유가 없어. 그래서 행복한 여자는 행복한 채로 두자고 여러 차례 부탁했지. 하지만 외삼촌은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았어. 어쩔 수 없이 내가 얼마나 엉망인지 설명하기 시작했어. 수고스러운 일도 아니었지. 그러다 신경질이 났어. 내가 왜 몇 년 동안 마주친 적도 없는 외삼촌에게 온갖 흠결을 고해하고 있는 걸까. 내 거절이 ‘지나치게 예의 바른 탓에’ 알아듣지 못하는 걸까. 다음날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어. 인제 그만 모든 걸 멈춰 달라고 애원을 했지. 엄마는 알았다 그러마 하면서도 일단 만나보면 좋겠다는 속을 계속 비쳤지. 그때마다 이렇게 말했어. 난 지금 좋아요. 난 지금 정말 좋아요.
Dark
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