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무사 주인 요조는 작은 일에도 공을 들였다. 길 건너에 내어둔 화분은 해의 기울기에 따라 책방 가까이 옮겨졌다. 파리 한 마리가 쇼윈도에 머리를 찧어대자 곁에서 전기 파리채를 들고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가만히 있는 일에 재능이 있어 보였다. 좁은 책방을 여러 바퀴 돌고 있으니 요조가 하얀 도자기 컵을 내밀었다. “이것 좀 드셔 보세요.”라고 했던가. 아주 상큼한 오미자차였다. 컵을 입가로 옮겨 기울일 때마다 달각달각거리는 얼음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그제야 책을 내려놓고 쇼윈도 너머를 봤다.
처음 보는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