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장미와 햇밤
홍장미가 청양 할아버지 댁에서 직접 털고 주운 햇밤을 건네주고 갔다. 종이봉투에 아주 정결하게 담긴 몇 줌의 햇밤이었다. 귀한…
한국에 놀러 와요, 니가
독일에 놀러 와요. S는 말했다. 나는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나는 독일에 갈 리 없다. L과 K는 어쩌면 독일에…
팔을 지우고 너를 만지는 수면 마법
아침 일곱 시 회의는 처음이었다. 아침 일곱 시란 거울과 마주 서서 밤이 밴 얼굴을 들여다보곤 자기를 모욕하다가 모조리…
너는 맹추처럼
뒷방에 가만히 혼자 누워 어슬어슬한 너를 어루더듬는다. 너는 맹추처럼 자꾸 웃어준다. 다디달다. 어딘가에 있을 진짜 너에게 공연히 죄스럽다.
약속의 생명력
빙수가게 문을 미는 순간 오래전 약속이 떠올랐다. 다음에 여기 같이 오자. 나와 K,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 K는…
무화과는 지네 운수조합 사무실
얼추 익은 무화과를 거둬들였다. 하루 더 나무에 매달아두고 싶었지만 나와 새는 해마다 무화과 수확 시기를 두고 눈치를 살펴왔다.…
로모가 잊힌 세계
P가 난데없이 집에 왔다. 나는 눈가를 비비며 어쩐 일이냐 물었다. P는 떠름한 표정으로 아직까지 잤느냐 물었다. 나는 방안으로…
외장하드가 무섭다고 그리오
외장하드 넷이 모여 깔딱깔딱 숨만 쉬오. 제1의 외장하드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3,4의 외장하드도 무섭다고 그리오. 이대로 끝이라면, 나도 도로를…
소고기 사주면서 하는 말은 모두 진심
홍장미가 소고기를 사줬다. 와규 프리미엄도 사주고 와규 스페셜도 사주고 와규 불초밥도 사줬다. 너무 많이 먹었더니 나중에는 혈관이 막히는…
책방무사의 처음 보는 여름
책방 무사 주인 요조는 작은 일에도 공을 들였다. 길 건너에 내어둔 화분은 해의 기울기에 따라 책방 가까이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