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봄은 참 근면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흥얼거릴 봄 노래도 아직 떠올리지 못했는데 꽃은 또 열심히 왔구나. 우리도 뭐든 열심히 해야 할…

난 지금 정말 좋아요

밤마다 전화를 한 통 받고 있어. 너머에서 외삼촌은 자꾸 어떤 여자를 만나보래. 설명대로라면 그 여자는 나를 만날 이유가…

중고나라 마스터

나는 인류 진화의 실현이다. 나는 인류 포장기술의 지고지선이다. 나는 세종대왕의 태만을 고발하는 징증이다. (중고나라 택배 거래는 넘나 재밌는…

즐거우면 너무 무서워

어제는 술자리에 있었다. 유쾌했다. 그러나 순결한 즐거움이 들이칠 때마다 질겁했다. 쓸려 내려가지 않으려고 맞섰다. 수면제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삼킨…

8의 샤프 펜슬

주변을 정리하기로 했는데, 나만 남기기로 했는데, 샤프 여덟 자루를 사버렸다. 일본 제품은 꺼려지지만 0.2mm는 대안이 없다고 스스로 설득했다.…

가치의 변절과 나

다시 문서 파쇄. 집 안에 모셔둔 문서 대부분을 파쇄했다. 낱낱이 살펴 쓸모에 따라 분류하는 데만 나흘이 걸렸다. 어떤…

아들이 철들면 아버지는…

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지역신문 부고란을 봤다. 나는 죽은 사람들의 향년을 꼼꼼하게 살폈다. 아버지는 친척과 이웃의 부음을 기억나는 대로…

왜 눈은 안 된단 말입니까?

코 수술해볼 겨? 어머니께서 난데없이 물었다. 나는 싱겁게 웃었다. 콧대 세우면 더 편케 살지 누가 알어? 어머니는 웃음기…

무릎과 무릎 사이, 세단기

새해 첫날은 문서 세단기와 보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세단기를 끼고 엉덩이가 저릴 때까지 파지를 밀어 넣었다. 종이 파쇄는…

날라리 똥개 영철이

“(…) 날라리 똥개 같네.” 영철이는 나보다 두 살 많지만 공부도 못하고 싸움도 못하고, 그리고 비겁한 놈이었다. 따라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