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코 수술해볼 겨? 어머니께서 난데없이 물었다. 나는 싱겁게 웃었다. 콧대 세우면 더 편케 살지 누가 알어? 어머니는 웃음기 없이 재차 물었다. 콧마루와 두 눈썹 사이인 산근(山根)을 세우면 뜻을 이루는 데 막힘이 없다는 소리를 어디서 듣고 오신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도 진지하게 청원했다. 앞트임부터 해주세요. 몽고주름 탓에 삶이 한랭합니다. 몽고추벽을 청산하면 아들 인생에 혹한은 없을 겁니다. 어머니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순간 나는 분명히 느꼈다. 아들을 멸시하기 시작했다는 걸. 어머니, 왜 코는 되고 눈은 안된단 말입니까.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백○○씨가 이세계로 갔다

2007년 1월 10일, 광화문 교보빌딩 10층에서 열린 <대산대학문학상> 시상식에 다녀왔다. 시상식장 객석 맨 앞줄에는 백○○ 씨의 부모님께서 시종…

클 모(牟), 높을 영(嶸), 밝을 철(哲)

클 모(牟), 높을 영(嶸), 밝을 철(哲). 부모님은 뜻 좋은 한자를 옥편에서 골라내며 내가 이름대로 살아내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파편, 2019년 08월

20190801 (목) 그토록 내보이고 싶었던 감정은 두려움을 주는 것이 되었구나. 20190803 (토) 나 때문에 이 여름을 망친 사람이…

2014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

강원일보 조수연 / 택배를 기다리는 동안 (작품 · 심사 · 소감) 경남신문 김태선 / 랩타임 (작품 · 심사 · 소감) 경상일보 황혜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