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코 수술해볼 겨? 어머니께서 난데없이 물었다. 나는 싱겁게 웃었다. 콧대 세우면 더 편케 살지 누가 알어? 어머니는 웃음기 없이 재차 물었다. 콧마루와 두 눈썹 사이인 산근(山根)을 세우면 뜻을 이루는 데 막힘이 없다는 소리를 어디서 듣고 오신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도 진지하게 청원했다. 앞트임부터 해주세요. 몽고주름 탓에 삶이 한랭합니다. 몽고추벽을 청산하면 아들 인생에 혹한은 없을 겁니다. 어머니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순간 나는 분명히 느꼈다. 아들을 멸시하기 시작했다는 걸. 어머니, 왜 코는 되고 눈은 안된단 말입니까.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앵두의 여름

여름이 생각날 때 냉장고를 연다. 이 가을은, 그토록 기다리던 가을인데 한복판을 지나려니 돌아가고 싶다. 작은 병에 담긴 저…

요조 보러 갈 남자

20151123 (월) MS SurFace Pro 4 Core m3 결제 페이지를 열어두고 아홉 시간째 괴로워하고 있다. 결제를 끝내기 전까지…

여름으로부터 겨울

여름 내내 문을 닫지 않았다. 그 문으로 열기가 들어왔고 아무것도 나가지 않았다. 나는 내 몸을 돌보는 일에도 힘이…

영원히 유실된 1억 분의 1

열흘 전, 벨기에에 있는 구글 데이터 센터가 벼락을 맞았다. 그것도 무려 네 번. 그래서 스토리지 시스템에 전력 공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