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 먼저 가 있어
친구 박이 죽었다. 한 달도 더 떠밀려 왔는데 오늘 일 같다. 슬하에 어린아이가 둘. 첫째 아이에게 “아빠 병원…
이 꿈으로 내가 잠시 옮겨진 사건이 지닌 본뜻
잠에서 온전히 깨어났을 때 모조리 눈송이에 희게 뒤덮여 아름다운 풍경만 쓸쓸히 남아있길 바랐다. 그러나 하찮은 소망마저도 흰 꿈…
미지의 것으로 영원히 종결된 당신
가로수 그늘은 여기에서 끝난다. “자외선은 상처의 주적이에요.”라고 말하던 피부과 의사 선생님의 엄중한 표정이 떠올랐다. 남쪽에는 있는 강을 보기…
김근·남피디, 『드랍 더 비트』, 쌤앤파커스, 2023
그저 무의미하게 놓여 있을 뿐이다. 의미로 전환되지 않는 일상은 폐허와 다르지 않다. 그는 지금 그 의미의 폐허 위에…
그 모든 찬란이 윤슬 되어
새 공책은 무섭다. 이 고백을 읽고 ‘백지의 공포’ 밖에 떠올릴 수 없는 사람은 위대한 신탁에 따라 세계를 ‘거의’…
가짜 선생은 거짓말이 어울려요
나 같은 가짜 선생은 스승의 날이 불편하다. 그래서 새 학기가 시작되면 스승의 날이 수업과 겹치는지부터 확인한다. 올해는 일요일에…
식물 긴근(長根) 씨
식물은 잘 지낸다. 이름은 긴근(長根)이다. 길고 깊게 뿌리내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한 시인이 자꾸 떠오르는데 그건 너무 오해다.…
인생은 보물찾기
대면수업도 5주차가 지났다. 그사이 강의실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개 즐거워 보였다. 마스크를 들쳐 턱만 드러낸 채 음료를 마시고 마스크를…
치매예방을 위한 글쓰기
한 해가 끝났다. 시간 인지가 많이 늦된 듯싶지만 매년 이즈음이 되어야 넘긴 달력을 되돌릴 여유가 난다. 기억해야 할…
슬픔은 성실한 일수꾼
작은 마당 앞에 쪼그려 앉아 돌멩이를 던진다. 코앞 벽에 부딪혔다가 무화과나무 밑동으로 맥없이 튕긴다. 말라비틀어진 수박껍질 부근에 떨어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