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오독오도독.

새끼고양이 두 마리가 사료를 씹고 있다. 마당으로 나가서 몸에 손을 얹고 싶지만 관둔다. 나를 피해 달아나는 건 겪을수록 기분이 좋지 않다. 그냥 내다보기로 한다.

저기 고양이 두 마리는, 같다. 닮은 정도를 훌쩍 넘어서는 것을 두고 ‘같다’고 밖에 말할 수 없어서 답답하다. 이름 두 개를 고심해 지어뒀는데 단단히 붙여줄 수 없어서 속상하다. 발은 엄마를 닮아 희다. 등은 검다. 갈색 엄마고양이는 털의 색깔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저 귀뚜라미보다도.

마침, 무화과 열매 하나가 떨어져 고양이들을 놀래킨다. 새끼고양이의 벌어진 입에서 사료가 톡톡 떨어진다. 나를 놀래키는 건 어느새 내 몸뿐이다. 오늘도 나의 흥미로운 두통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고양이들, 천둥에 달아나는 줄도 모르고.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옹관에서 나가야 할 텐데

몸을 둥글게 말아 알로 돌아간다. 고대 인류에게는 매끈한 껍질에 둘러싸여 자기 몸을 껴안는 초월적 시간이 주어졌다. 기약 없이…

파편, 2019년 10월

20191004 (금) 나무 위에서. 내가 다가갈 수 없는 무리가 멀리 보인다. 20191004 (금) 일생 동안 읽어야 할 글자를…

사랑을 쓰려거든 스마트보드

스마트보드를 샀다. 경솔하게 써도 담아두지 않는대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여기에 부끄러운 게 아직 부끄러울 때 고백하고 싶어졌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