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꽁무니에 조카 둘을 매달고 대학로에 갔다. 혜화역 2번 출구의 흔한 공연호객꾼에게 ‘초딩과 중딩이 재미있어 할 만한 연극’을 추천 받았고, 조카2호는 연극 <시크릿(SECRET): 정신병원 휴먼 코믹극>을 골랐다. 공연하는 내내 조카들의 반응을 곁눈질로 살폈는데 상당히 재밌어 했다. 비록 이광남이 서인영의 사연과 속내를 알게 되는 과정을 녹음기를 이용해 대강 얼버무렸지만, 코믹극임을 고려한다면 허술한 개연성은 이해할 만도 했다. 정말 문제는 쓸데없이 진지한 감상자(나)의 태도다.

참고로, 2012년 08월11일 15시30분 3회 공연의 배역은 이종서(미친남자 이광남), 윤엘리사벳(비밀여의사 서인영), 김민기(수수께끼 장성만), 한효정(푼수간호사 진선미), 손준영(기타)였다. 지금은… <탑 아트홀>에서 운영 중인 다음 카페(http://cafe.daum.net/playsecret) 후기 게시판을 구경하고 있다. 다들 “조카 신발 개나리 색깔!”이라는 대사에 강한 인상을 받은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난 후, 조카들을 용산역으로 수송했다. 시종 오만했던 충청도 조카들은 용산역 캔디 상점에서 가벼이 무릎을 꿇었다. 그제야 서울을 실감했다는 듯이. 그래. 진작 이런 태도로 나왔어야 데리고 다닐 맛이 나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추석, 서울은 붐빔

명절에 고향을 찾지 않는 건 처음이다. 아버지는 텅 빈 서울에서 혼자 시간을 깎아나갈 나를 걱정하고, 어머니는 밥 다운…

어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눈팅족의 고백

나는 자기애(自己愛)가 다양한 형태로 진열된 곳에서 불안을 느낀다. (“엄마, 엄마는 내 콧물을 빨아서 귀하게 키워줬지만, SNS에서 자기애는 주로…

식물 긴근(長根) 씨

식물은 잘 지낸다. 이름은 긴근(長根)이다. 길고 깊게 뿌리내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한 시인이 자꾸 떠오르는데 그건 너무 오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