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너도, 곧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어른처럼 말해주었다.

‘너도’라고? 이인칭 대명사에 보조사를 붙여 말하면서 여기에 이미 누가 포함되어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내가 아니란 건 분명했지만 상대가 오해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비참한 바람은 실현되지 않았다. 시시각각 어두워지는 길을 서로 말없이 걸었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상대방이 잠시 의식 밖으로 사라진 그 순간에 내가 어디를 가로질러 무얼 깨닫고 돌아왔는지 설명할 수 없지만, 그냥 그렇게 알아지는 게 있다. 기분이 맨 처음 알아차리는 무언가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파편, 2018년 06월

20180604 (월)  우리는 정기적으로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있어. 20180606 (수)  그야말로 옛날식 커피숍에 앉아. 20180606 (수)  반년을…

검은 몸

지난주부터 욕실 등이 켜지지 않는다. 전구를 갈아보려고 힘을 쓰다가 등이 통째로 천장에서 뜯어져 버렸다. 등은 전선 두 가닥에…

슬픔의 식탐

어머니와 아버지께선 어죽 잡수러 가셨다. 나는 정오의 푸른 햇볕이 떨어지는 차도를 바라보며 내 내면 어디쯤을 산책하고 있다. 환상적인…

파편, 2012년 12월

20121213 (목) 터방네 옆 골목. 고깃집 주인이 쪽문을 열고 나와 숯에 불을 붙였다. 어릴 적, 큰집 아궁이를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