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너도, 곧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어른처럼 말해주었다.

‘너도’라고? 이인칭 대명사에 보조사를 붙여 말하면서 여기에 이미 누가 포함되어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내가 아니란 건 분명했지만 상대가 오해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비참한 바람은 실현되지 않았다. 시시각각 어두워지는 길을 서로 말없이 걸었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상대방이 잠시 의식 밖으로 사라진 그 순간에 내가 어디를 가로질러 무얼 깨닫고 돌아왔는지 설명할 수 없지만, 그냥 그렇게 알아지는 게 있다. 기분이 맨 처음 알아차리는 무언가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슬픔의 식탐

어머니와 아버지께선 어죽 잡수러 가셨다. 나는 정오의 푸른 햇볕이 떨어지는 차도를 바라보며 내 내면 어디쯤을 산책하고 있다. 환상적인…

가을의 고양이와 겨울의 공백

지난 가을, 고양이들이 마당을 떠났다. 나는 자주 계단에 앉아 고양이들을 기다렸다. 무화과 잎이 가지에 상처를 남기며 떨어지고 첫눈이…

사랑 받아서 행복해요

콧물도 즐겨 빨아먹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해서 사랑받고 싶다는 감정의 뜨거움을 이해했다.…

마른 나무, 마른 허벅지

“여기가 싫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난 그녀의 바싹 마른 허벅지에 머리를 얹은 채 졸고 있었고 매미는 집요하게 울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