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열차를 타고 어부놈(정대영)의 결혼식장에 가고 있다. 자리에 앉아 눈을 붙이려는데 새삼 우리가 친한 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제수씨가 그리 어리지 않아서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어부놈이 결혼서약을 한다. 김현성이 사회를 보고 있다. 김수형은 축의금 봉투만 건네고 돌아갔다. 김기성은 신부대기실에 앉아 대여섯 살 먹은 어린아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가 허공에서 손 놓아버리곤 아슬아슬하게 다시 낚아채는 놀이에 빠져있더니 예식이 시작되자 보이지 않는다. 김천기는 딸아이의 학예회 동영상을 보여줬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친구 A는 얼마 전에 개업했다는 자신의 룸살롱 사진을 보여줬다. 잘 놀려면 얼마나 쥐고 가야하는지 누군가 묻기도 했지만 나는 궁금하지 않았다. 박인혜에게 딸아이가 너를 꼭 빼 박았다고 말하자 반색을 했다. 꼭 올 줄 알았던 김주연과 이은애는 보이지 않았다. 왜인지 박윤필도 오지 않으려고 진즉 작정을 한 것 같았다. 나는 사흘이나 고민해서 축의금 봉투를 채웠고 신랑신부가 퇴장할 때 폭죽을 터뜨렸다. 세상엔 김씨가 참 많다. 김천기의 차를 얻어타고 집에 가면서 소식 끊긴 친구들의 근황을 끝도 없이 물었다. 아무개는? 아무개는? 그럼 아무개는? 어디선가 내 근황을 물어줄 아무개가 있을까.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사랑 받아서 행복해요

콧물도 즐겨 빨아먹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해서 사랑받고 싶다는 감정의 뜨거움을 이해했다.…

나도 선생이라고…

졸업식만 남겨둔 아이들이 찾아왔다. 아이들이 모여 있다던 흑석동 원불교기념관 1층 뚜스뚜스(브런치카페)는 대놓고 뚜레쥬르 간판을 베낀 것 같았다. 하지만…

로망스, 문승욱 감독, 2006

상처, 끌어안기 로망스(Romance, 2006)(‘알라딘’에서 정보보기) 문승욱 감독, 조재현(형준)·김지수(윤희)·기주봉(황 반장) 출연 낭만적인 사랑은 어리석음 그 자체다. 베르테르(Werther)는 로테를 실연(失戀)…

소고기 사주면서 하는 말은 모두 진심

홍장미가 소고기를 사줬다. 와규 프리미엄도 사주고 와규 스페셜도 사주고 와규 불초밥도 사줬다. 너무 많이 먹었더니 나중에는 혈관이 막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