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싫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난 그녀의 바싹 마른 허벅지에 머리를 얹은 채 졸고 있었고 매미는 집요하게 울어댔다. 눈을 살짝 떠보니 서로 겹겹으로 흔들리며 비벼대는 나뭇잎이 보였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나는 오래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새하얀 다리에 볼을 부비고 싶었지만,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무슨 얘기야?”
“나 여기 있고 싶지 않아.”
“그럼 다른 데로 가자.”
그냥 대수롭지 않게 한 말이었지만, 며칠 뒤에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녀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다시 며칠 뒤 우리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 뒤로 그녀는 혼자 떠나고 돌아오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그날로 돌아간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내가 조금 더 신중했더라면 그녀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저 위에서 우리가 늘 떠날 생각만 한 건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