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가득 이끼가 앉았다. 단 일주일 만에 이토록 총총히 착생한 이끼를 바라보면서 나는, 몇 통의 유한락스를 들이부어야 시멘트 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날지 고민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나무 한 그루는 마당에서 꾸준히 가지와 잎을 내고 있다. 빨래건조대의 살과 살 사이로도 초록이 매달린 가지를 들이밀었다. 공작용 가위로 가지를 쳐내면서 미안한 마음을 번번이 가졌다. 그 와중에도 고양이들은 우리 집 마당을 가로질러 옆집으로 갔다. 이 이웃은 자주 옥상에 올라서서 고양잇과 생물들에게 사료를 던져준다. 저도 길고양이보다 별반 나을 게 없습니다, 라는 말을 종종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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