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마당 가득 이끼가 앉았다. 단 일주일 만에 이토록 총총히 착생한 이끼를 바라보면서 나는, 몇 통의 유한락스를 들이부어야 시멘트 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날지 고민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나무 한 그루는 마당에서 꾸준히 가지와 잎을 내고 있다. 빨래건조대의 살과 살 사이로도 초록이 매달린 가지를 들이밀었다. 공작용 가위로 가지를 쳐내면서 미안한 마음을 번번이 가졌다. 그 와중에도 고양이들은 우리 집 마당을 가로질러 옆집으로 갔다. 이 이웃은 자주 옥상에 올라서서 고양잇과 생물들에게 사료를 던져준다. 저도 길고양이보다 별반 나을 게 없습니다, 라는 말을 종종 전하고 싶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명절약사(名節略史) 1/3

서울 용산구에 거주 중인 모某씨는 명절이 오기 달포 전부터 앉으나 서나 걱정뿐이었다. 가끔 맑은 정신이 돌아오면, 하루에 15센티미터씩…

리빙센스

새해에 카메라를 바꾸고 싶을 때는 (나처럼) UV 필터나 액정보호필름을 먼저 사두면 좋다. 추가 배터리까지 미리 장만해둔다면 금상첨화. 그런데…

나는 큰 귀 나는 웃는 귀

두통이 있다. 우측 뇌가 찡그리는 듯한 두통이다. 별거 아니다. 엊그제부터 어머니와 아버지가 번갈아 전화를 걸어온다. 병원에 가기 싫은…

봄의 정언

봄바람이 분다. 중력 탓에 바닥으로 꺼져가는 이들의 몸을 살짝 들어 올려주는, 마음이 따뜻한 소녀의 입김 같기도 한 봄바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