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카모마일 재배는 완벽하게 실패했다. 두 번이나 파종을 했지만 푸른 기운은 흙이 날로 삼켰다. 수백 개의 씨앗이 묻힌 자리에 다시 씨앗을 뿌리고 흙을 덮었다. 땅도 손도 낯도 가리지 않는다는 적상추다. 내가 한동안 쥐며느리가 될지 토끼가 될지 모르고 자란 것처럼 이 씨앗도 자신이 적상추인 줄 모른 채 싹을 틔울 것이다. 그게 안타까워서 이름표를 만들어 세웠다. 글 읽는 법을 익히기 전까지는 적상추야 적상추야 부르며 물을 줘야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내 귓 속에 있는 것처럼

한쪽 귀가 잘 안 들린다. 절반의 귀로 절반의 소리만 들으니 모든 말이 비밀 같다.

파편, 2013년 02월

20130204 (월) 절망할 필요가 없다, 절망할 필요가 없다. …휴대전화기 사진첩에 늘 담아두었다가 기력을 잃은 날에만 열어보던 글귀를 오늘도…

가만히 (듣다×읽다×쓰다) 불안

몸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게 빠져나가고 있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알아내지 못할 것 같다. 무언가의 누출 현상이 충분히 요란스러움에도 불구하고…

파편, 2019년 10월

20191004 (금) 나무 위에서. 내가 다가갈 수 없는 무리가 멀리 보인다. 20191004 (금) 일생 동안 읽어야 할 글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