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마일 재배는 완벽하게 실패했다. 두 번이나 파종을 했지만 푸른 기운은 흙이 날로 삼켰다. 수백 개의 씨앗이 묻힌 자리에 다시 씨앗을 뿌리고 흙을 덮었다. 땅도 손도 낯도 가리지 않는다는 적상추다. 내가 한동안 쥐며느리가 될지 토끼가 될지 모르고 자란 것처럼 이 씨앗도 자신이 적상추인 줄 모른 채 싹을 틔울 것이다. 그게 안타까워서 이름표를 만들어 세웠다. 글 읽는 법을 익히기 전까지는 적상추야 적상추야 부르며 물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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