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이에게 엄살을 부렸다. 그리고 나흘 뒤에 보약이 배달됐다. 그녀(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지만)를 처음 만난 건 대학원 석사 첫 학기 첫 수업에서였다. 그녀는 항상 강의실 맨 뒤 창가자리에서 야구모자를 눌러쓴 채 주변을 힐끗거렸다. 마주 서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뒤로 나는 그녀를 ‘찌○이’나 ‘○빗’이라고 부르며 놀리기만 했다. 단지 낯가림이 아주 심했을 뿐인 그 아이에게 나는 왜 그런 몹쓸 짓을 했을까. 섶에 누워 쓸개를 씹는 심정으로 보약을 쪽쪽 빨아 먹으며 나는 지금 반성하고 있다. 앞으로는 ‘흉아’가 덜 놀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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