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누나 L이 오토바이 퀵으로 생약 세 포를 보내줬다. 근육통에 정말 신통한 약으로, 얼마 전 나와 유사한 증상을 단 한 포로 격퇴했다는 임상 증언과 기적 같은 치료 효과 때문에 약의 성분을 확인하기 위해서 먼 곳에 계신 아버님이 직접 약방까지 걸음 하셨다는 일화는 나를 완전히 홀렸다. 새벽의 복약 이후 느낌이 꽤 좋았다. 전신이 이완되면서 몽롱했다. ‘이러다 약 세 포로 나아버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까진 안 들었지만 뭉친 어깨가 가벼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 생약 한 포를 앞에 두고 나는 고마움과 슬픔이 휘휘 뒤저어진 감정을 간신히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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