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새벽 두 시, 누나 L이 오토바이 퀵으로 생약 세 포를 보내줬다. 근육통에 정말 신통한 약으로, 얼마 전 나와 유사한 증상을 단 한 포로 격퇴했다는 임상 증언과 기적 같은 치료 효과 때문에 약의 성분을 확인하기 위해서 먼 곳에 계신 아버님이 직접 약방까지 걸음 하셨다는 일화는 나를 완전히 홀렸다. 새벽의 복약 이후 느낌이 꽤 좋았다. 전신이 이완되면서 몽롱했다. ‘이러다 약 세 포로 나아버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까진 안 들었지만 뭉친 어깨가 가벼워진 것 같았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 생약 한 포를 앞에 두고 나는 고마움과 슬픔이 휘휘 뒤저어진 감정을 간신히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2014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

강원일보 조수연 / 택배를 기다리는 동안 (작품 · 심사 · 소감) 경남신문 김태선 / 랩타임 (작품 · 심사 · 소감) 경상일보 황혜련 /…

로모가 잊힌 세계

P가 난데없이 집에 왔다. 나는 눈가를 비비며 어쩐 일이냐 물었다. P는 떠름한 표정으로 아직까지 잤느냐 물었다. 나는 방안으로…

파편, 2021년 03월

20210303 (수) 수요일 푸앙이. 이거 좀 귀엽잖아요! 20210305 (금) (코로나19 탓에) 고깃집 너무 오랜만이라서 남긴다. 20210307 (일) 간짜장이…

파편, 2013년 02월

20130204 (월) 절망할 필요가 없다, 절망할 필요가 없다. …휴대전화기 사진첩에 늘 담아두었다가 기력을 잃은 날에만 열어보던 글귀를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