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가 3.4kg 줄었다. 살은 가슴부터 빠진다더니 과연 그랬다. 오늘 아침에는 이불 속에서 혼자 가슴을 주무르며 갑바의 쓸모에 관해 생각했다. 처음이었고 괜히 쑥스러웠다.
그런데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갑바는 일생에 별 쓸모가 없었다. 불룩하다고 집 열쇠를 넣어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근육을 열심히 발달시켜 숟가락을 대신 쥐게 할 수도 없다. 갑바 성형도 있다는데, 갑바를 숭배하며 살아가야 하는 의사도 참 고단하지 싶다.
어쨌거나 갑바가 사라지고 난 빈자리를 지금 다시 더듬어보니 이대로도 대충 괜찮을 것 같다. 어차피 갑바 같은 건 그 필요를 발견한 사람의 가슴에만 매달려 있으면 되는 것이다. 대신 나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3.4kg 덕분에 ‘내 몸 어떤 구석은 아직도 미지구나’라는 뜬금없는 가능성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