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20100708 (목)

제주전용서체(제주한라산체·제주고딕체·제주명조체) 공개! 제주어 빈출자(?) 160자를 표기할 수 있댄다. “바람과 파도에 닳아버린 섬지형 표현”이라….


20100709 (금)

이가 아프다. 신경치료를 앞두고 있다. 통증과 고통을 감당하기 위해서 그 어떤 믿음이라도 만들어야 했을 오래전, 몸은 얼마나 끔찍한 속박이었을까. 몸을 가졌다는 것은 얼마나 큰 슬픔이었을까.


20100710 (토)

한 여자가 문밖에서 “자기야.”라고 불렀다. 나는 날 불러줄 ‘자기’도 없으면서 무작정 대답하며 달려 나가고 싶었다. 소리 내 불러주는 ‘자기’를 가진 사람들은… 감사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매 순간 감사하라.


20100711 (일)

이 새벽, 부추전 세 장 부쳐 먹었다. 저절로 머릿속에(뱃속인가?) 권대웅 시인의 「내 몸에 짐승들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어느 날 온몸 구석구석에 살고 있던 짐승들이 / 일제히 나와서 울부짖을 때가 있다”더니. 이 짐승들을 먼저 재워야 할 텐데.


20100712 (월)

산책길. 동네 횟집 앞길에 한 중년 남자가 빨간색 배낭을 끌어안고 잠들어 있었다. 곁에 남은 마지막 것인 듯, 꽉. 누군가가 내게도 빈 배낭 하나를 건넨다면, 나는 무엇을 담아 집을 나설까. 나는 짐이 너무 많다. 차창룡 선생님의 근황이 궁금하다.


20100712 (월)

성북동으로 이사한 Y에게 연락이 왔다. “남은 짐 정리하러 왔어. 바빠?” “응.” “그럼 보자.” “응.” “혹시 각설탕 필요해?” “응?” “필요 없으면 버리고.” “아냐, 줘.” …각설탕으로 뭘 하지? 일단 한 개는 입안에 넣고 천천히 녹여봐야지.


20100712 (월)

Y, 이 사람아. 내게 분명히 각설탕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럭저럭 외견의 각(角)은 갖췄다지만 설탕(雪糖)의 성질은 어딨나. 시나몬 머들러라니. Everybody lies.


20100713 (화)

이런 반짝이는 새벽마다, 내 안의 금방 뜸 든 문장들을 딱 한 숟가락씩만 공기에 퍼 담아 아랫목 이불 속에 꼭꼭 넣어두었다면… 지금쯤 나는 나에게 감동하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또 아침이 오고 있다. 다시 권태롭다.


20100713 (화)

공사가 재개됐다. 6시 15분. 오늘도 어김없다. 내가 유일하게 갈망하는 덕목인 성실함은 (목적과 별개로) 언제나 선한 것이다. 만약 죽음과 멸망의 공포를 이겨낼 무기가 지상에 단 하나 있다면, 그것 역시 성실함이다. 아, 갖고 싶다.


20100713 (화)

단편소설, 별거 아니다. 원고지 80매짜리 소설의 글자 수는 1만 6천 자. 트위터에 140자씩 114개를 쓰면 단편소설이 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거의’ 참을 수가 없을 때에도 끝까지 참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거의’ 물러섰다.


20100713 (화)

아차! 휴대전화 요금을 수납하다가 생각났다. ‘6인 지정할인 요금제’인데, 몇 개월이나 단 5인만 지정해 두었다는 사실을. 게다가 추가 1인을 끝끝내 찾지 못해서 ‘<중국성>을 넣을까?’ 고민하다 관뒀단 것도 떠올랐다. 그래서 이젠 중국성까지 6인.


20100713 (화)

정오의 태양은 엄렬한 심판관이다. 그 아래선 매일 수치스럽고 무섭다. 나는 힘겹게 A사무실에 나갔다. 그곳에서 나와 상관있는 회의와 별 상관없는 회의에 참석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마다 아득했다. 이제 떳떳지 못한 밤샘은 멀리하자.


20100714 (수)

18시 24분부터 21시 4분까지 2시간 40분 만에 잠에서 깼다. 아무래도 L의 다 자란 ‘둥글산호 수초’(네이트 아쿠아스토리)가 나를 부른 것 같다. 살그머니 수확. 동시에 나는 침울해졌다. 이런 적은 허무함이 지속되다가 가득 차면 나는 어떻게 될까.


20100715 (목)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 지금 마주 앉은 이 우울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선 ‘동경도(東京都)’의 라멘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삼양 <대관령 김치라면>. 뭐가 됐든 이 우울에서 날 해방시켜 줄 수만 있다면 언제라도 550ml의 물을 끓일 것이다.


20100715 (목)

귀히 여기던 양송이버섯이 사라졌다. 엊그제 분명히 나는 내 속살처럼 투명한 랩으로 그것 두 송이를 곱게 싸서 냉장고 싱싱칸에 넣어뒀다. 그런데 없다. 오늘도 나는 나 자신을 의심할 수밖에 없구나. 그냥 <싱싱초등학교> 등굣길에 실종된 것이라면.


20100716 (금)

“온갖 사람들이 온갖 종류의 근심들을 안고 초조히 길모퉁이를 돌아가는 것이 보이는 것 같은 저녁.”(전혜린,『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민서출판, 199쪽) 나는 무려 전혜린이 살았던 1961년 2월 19일 저녁과 같은 저녁을 참아낸 사람이다.


20100716 (금)

내가 곁에 있는 것이 너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듯이 나의 부재 역시 너에게 아무런 감상도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왜 너에게 보이지 않기 위한 쓸모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일까. 내가 아닌 모두가 너인데.


20100717 (토)

너무나 행복한 꿈을 꿨다. G, 나와 마주 앉아 네가 웃었다. 처음으로 세상의 포옹을 받은 것 같았다. 기쁨으로 온몸에서 꽃이 돋아날 때, G는 귀엣말로 “당신은 더 이상 자기를 망치지 않아도 돼요.”라고 말해주었다. 지금 비는 밤새워 내릴 기세다.


20100717 (토)

문장을 만들다가 애먼 표현이 있어서 사전을 찾았다. 결론은, 정확한 뜻 알아내기란 참 힘들다. 검색 과정 : 틔우다(‘틔다’의 사동사) → 틔다(‘트이다’의 준말) → 트이다(‘트다’의 피동사) → 트다(막혀 있던 것을 치우고 통하게 하다) 휴……


20100718 (일)

배탈이 났다. 헤어드라이어로 차갑고 아픈 배를 데우다가, 마지막으로 약손을 받아본 게 언제인가 생각했다. 경계심 없이, 누군가에게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다가 스르르 잠들어 본 게 대체 언제인가. 아득하다.


20100718 (일)

C누이가 ‘우리고향’의 사진을 찍어서 멀티메시지로 보내왔다. 나는 망설임 없이 사진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보고 싶은 사람이 많다.


20100719 (월)

고향 집에 가고 싶다. 햇살과 바람, 정적과 경적, 조잘거림, 나른함과 낮잠, 모두 그립다. 몸을 덮은 잠기운 틈으로 어머니가 어른거리면 아무도 죽지 않을 것 같다. 영원할 것만 같다.


20100719 (월)

거울 속에 있는 남자가 많이 늙었다. 왜소하다. 잠든 사이에 누가 연세를 끼얹나?


20100720 (화)

저녁 시간, 열기에 서로 눌어붙어 돌아다니는 연인들을 여럿 봤다. 상대방의 어깨와 허리를 끌어안은 채 반나절쯤 같은 생각을 하고 맞장구를 치려면 ‘진짜 초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꼭 연인과 다투어 집에 간다.


20100720 (화)

새벽 네 시가 조금 넘어 잠에서 깼다. 눅눅한 몸엔 모난 근심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힘껏 몸을 말고 누워 ‘둥근생각’을 하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별 소용 없었다. 그래서 지금 비빔면을 끓이고 있다. 더도 말고 딱 800원어치만 행복해지자.


20100720 (화)

G, 나는 내가 가진 마음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꺼내 들었다. 이것은 내가 늘 보이고 싶어 했고 보이기를 마지않았던 마음이다. 하지만, 너는 흉한 비게질을 본 듯 황황급급히 달아났다. 나는 네가 크게 놀란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제일 걱정이다.


20100720 (화)

빛의 하늘, 빛의 구름, 빛의 나무. 보다 중요한 일을 하고픈 날씨였다. 하지만 그뿐이다. 나는 훗날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이미 가혹한 체벌이 되어 있을 삶을 감내하면서. 이를 잘 알기 때문에 단 하루도 편치 않다.


20100721 (수)

“네 잘못이 아니야. 잘못은 나 같은 사람이나 저지르는 거지. 그게 뭐가 됐든.”


20100721 (수)

고개를 드니 낮달이 떠 있었다. 낮달은 아마 보았겠지, 네게서 달아나는 나를. 겸연쩍은 난 낮달을 보고 웃었다. 그리고 낮달에게 “날 대신해서 G에게 웃어줘.”라고 부탁했다. 낮달은 그러고마 하고 대답했다. 너무 고마워서인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20100722 (목)

세상은 너에 관한 암시로 가득 차 있네. 아침이 꼬박꼬박 이유 없이 올 리가 없지.


20100722 (목)

20100713일의 기록. 엿새 만에 외출했더니 불안하다. 어쩐지 티셔츠의 앞뒤가 바뀐 것 같다. 슬쩍 목뒤로 손을 넣어봤지만 상표가 만져지지 않는다. L을 따라 동사무소에 갔다가 혈압을 쟀다. 118/68. 이렇게 울렁거리는데 저혈압이라고?


20100723 (금)

뒤늦게 <성폭행 트라우마>라는 제목의 영상을 봤다. 소름 끼친다. 이는 아동성폭행 예방 공익광고인 <Tentacle>(촉수)라고 한다. 우선 우리는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기도하기보다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http://is.gd/dClvC


20100723 (금)

책장에서 『김수영 전집』을 뽑아왔다.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꽃들 / 그리고 별과도 등지고 앉아서 / 모래알 사이에 너의 얼굴을 찾고 있는 나는 인제 / 늬가 없어도 산단다” 이 구절을 당장 꼭 읽어야 했다. “이 영원한 숨바꼭질 속에서” 말이다.


20100723 (금)

아이들이 물웅덩이에 둘러앉아 우산대 끝으로 갠 하늘을 쿡쿡 찌른다. 아이들의 눈에 마음에 파문이 번진다. 비둘기 세 마리가 날아와 보도블록 틈을 연방 쪼아댄다. 나는 치통을 견디면서 부리가 상한 새들의 치유 불가능한 슬픔을 상상해 본다.


20100725 (일)

조카1호는 대취타부 연습차 학교에, 조카2호는 친구 따라 교회에 갔다. 심심한 난 복용 중인 잇몸약 「이튼돌큐」를 검색해 봤다. 새로 안 사실은, 「인사돌」이 동일성분·효능의 다른 약 수십 종보다 배로 비싸단다. http://is.gd/dFlY4


20100727 (화)

도마 위의 광어가 말했다. “네가 감히 나를 광어로 만들었겠다!” (…) 이것은 애니《괴담 레스토랑》(투니버스)의 한 장면. 무려 짝꿍의 저주(?)로 광어가 되어 회 떠지는 만화다. 웃어야 하나? 다음 회엔 누가-누구를-왜-어떤 식자재로 만들 것인가.


20100727 (화)

몇 개월 만에 대중목욕탕을 다녀왔다. (귀엽게) 살이 쪘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졌나?) 그동안 난 내가 살이 안찌는 체질이라고 믿어왔다. 의심한 적도 없다. 그런데 오해였구나. 우리는, 죽어서도 오해하고 있을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20100727 (화)

내가 외롭다는 이유로 너를 끌어안는다면 너는 보다 더 외로워질 것이다. 그래서 한발 물러선 채 짐승의 울음소리를 낸다. 이는 외로움에 의한 질식을 이겨내는 방법이다. 그 순간 다양한 방식으로 외로운 것들이 일제히 울어준다면, 그걸로 안심이다.


20100729 (목)

조카1호가 콩 7개를 남겼다. 나는 조카1호에게 “네가 남긴 음식은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결과적으로 너는 다른 누군가의 ‘먹을 수 있는 가능성’을 빼앗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먹였다. 나는 이것이 교육이었는지 가학성의 발현이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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