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스마트보드를 샀다. 경솔하게 써도 담아두지 않는대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여기에 부끄러운 게 아직 부끄러울 때 고백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품 안을 아무리 뒤져봐도 몰래 쓰고 지울 이름이 하나도 없다. 걸핏하면 들키고 싶던 그리움이, 다 사라졌다. 내가 그리움 없이 살 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갑작스럽게 두절될 사랑이라면 미리 사라져버리는 것, 이건 내 오랜 소망이었다. 좋아하는 일이 내겐 너무 쉬워서 늘 미안했는데 이젠 떳떳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봄엔 한 철 그리움이라도 잠깐 나를 다녀가면 좋겠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파편, 2018년 02월

20180203 (토)  H의 결혼식에 못 갔다. 어제 사 온 냉이와 두부를 넣고 찌개를 끓인다. 약 한 봉지를 눈에…

약속의 생명력

빙수가게 문을 미는 순간 오래전 약속이 떠올랐다. 다음에 여기 같이 오자. 나와 K,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 K는…

파편, 2017년 09월

20170902 (토) 유튜브와 함께라면 못 고칠 게 없다. 오늘은 프린터 잉크패드를 교체했다. 잉크패드는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미리 사뒀는데, 세척·건조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