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20170902 (토)

유튜브와 함께라면 못 고칠 게 없다. 오늘은 프린터 잉크패드를 교체했다. 잉크패드는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미리 사뒀는데, 세척·건조해서 되살리는 방법도 있었다니. 똑똑한데? https://youtu.be/lH8TwVWLcb4


20170904 (월)

잠시 졸았다. 그 뿐인데 뭔가를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해 둬야 한다는 생각이 깨자마자 들었다. 아쉬운 하품을 하며 시계를 확인했다. 내가 태어난 시간인 것 같기도 내가 죽은 시간인 것 같기도 하다. 혹은 내가 졸음 전후로 찢어져 둘로 나뉜 것 같기도 하다.


20170904 (월)

아 신난다. https://youtu.be/l-wcsyXWKyw


20170906 (수)

KT의 교활한 문자를 받았다. 일주일 후(9월 13일)에 약정이 만료되니 “20%를 추가로 할인” 받고 싶으면 재가입하란다. 선택약정 할인율 25% 상향은 9월 15일부터다. 이틀 차로, 1·2년간 20% 할인만 받거나 위약금을 내고 재가입해야 한다.


20170906 (수)

팟캐스트 업데이트가 멎었다. 팟빵은 6월부터 자사 업로드 콘텐츠의 XML 피드를 중단했다. 팟빵 콘텐츠 창작자는 팟빵과 애플 팟캐스트 앱의 이용자에게만 말 건넬 수 있다.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독점하기로 정했다면 나야 어쩔 수 없다. 안 듣는 수밖에.


20170908 (금)

일 하나를 급하게 마감하고 휴대전화를 확인했더니 J 누나의 이름이 부재중 전화 목록에 있었다. 바로 J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인지 물었다. 누나는 “지금 거기로 가고 있어. 용무? 너 밥 사주려고. 응. 그게 다야.”라고 말했다. 멋있어.


20170908 (금)

나는 내 병력을 조심스레 보태며 늙고 있다. 최근 읽은 책들의 주인공은 대체로 나보다 어리다. 서사 속 그들은 성실히 준비된 성장으로 들어갔다. 엊그제의 나와 어제의 나를 구별할 수 없는 오늘의 나는 자신을 조금 연민해도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20170910 (일)

집을 나서다 이웃 아주머니를 만났다. 해가 어깨까지 기울고서야 매일 어디로 슬렁슬렁 나서는지 궁금해하셨다. 나는 저 먼 산꼭대기 건물을 가리켰다. 아주머니는 손에 든 상자를 내밀며 몇 개 집어가 오르다 지치면 깨물라고 했다. 난 새빨간 자두를 골랐다.


20170912 (화)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없는 쪽이다. 그래서인지 트위터의 140자는 때론 너무 적고 때론 너무 많다. 이를테면, 기분의 사정을 진술하기에는 너무 적고 기분의 실감을 보관해두기에는 너무 많다.


20170913 (수)

드디어 (주)나라인포테크의 ‘아래아한글용 한국어 맞춤법 문법 검사기’를 구매했다. 나는 글을 많이 쓰지 않으니까 웹에서 살살 검사해도 별 무리가 안 되지만, 단 몇 번이라도 들락거릴 일이 주니 확실히 편하다. 진작 살 걸.


20170913 (수)

백민석의 『수림』을 읽는다. 한 기자의 오퍅한 글 때문이다. 출판인·작가가 연애하고 시련을 겪는 걸 “지겹게 봐왔던 소재·주제”로 옭아매거나, 소비하는 문화를 “아재들의 보편적 취향”이라 비아냥대선 안 된다.
http://www.hankookilbo.com/m/v/1606cb9136664a958a152eec392c697a


20170915 (금)

편지할게요. 늘 추운 나라의 주소를 이렇게 받아 두었지. 그리고 계절 몇이 이곳에만 자국을 남기고 지나갔어. 내가 소인 없는 잠을 자는 동안, 너는 너의 새집이라며 사진을 보내왔다. 네 무늬가 없는 흰 방. 이제는 어딘지 알 수 없는 백색의 추운 집.


20170919 (화)

오늘은 오버워치를 처음 해봤고, 바스티온 경계모드로 개틀링 기관총을 마구 쏴 제치는 게 너무 통쾌하였다.


20170920 (수)

전자담배 ‘빈토 베이프’를 해외 직구했는데, 애매하다. 예쁘고 편하지만 배터리가 아슬아슬한 하루 용량. 카트리지는 5개에 1.6만 원 정도인데 액상 용량을 고려하면 매우 비싸다. 리필 카트리지는 리필 2시간 후에 사용 권장. 이거 좀 계륵이네.


20170921 (목)

눈이 마주치면 공연히 죄를 지은 것 같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의 얼굴은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안 보니 아는 사람인 줄 모르고 자꾸 지나친다. 오늘은 두 사람이 복도에서 나를 붙잡았다. 사과를 했다.


20170924 (일)

어제는 책방이음에서 낭독공연 《깊게 자자, 죽음의 문턱까지》를 듣고 봤다. 관객과 마주 앉은 배우들은 표정으로 움직였다. 긴 탁자 위에 놓인 다기와 밥공기가 소품의 전부였지만 모자라지 않았다. 작가 ‘오가와 미레이’는 두 번째 봤다. 온기가 느껴졌다.


20170925 (월)

레노버 참 못났다. 아이디어패드 320S-13IKB가 출시됐다 길래 찾아봤다. 홍보 이미지에 “4K” 표시가 있길래 오오 했는데… 뭐? “최대 10시간 동안 4K 비디오 재생 가능”이라고? 난 또 해상도 4096 UHD인 줄. 레노버니까 그러려니 한다.


20170927 (수)

오늘은 한 사람도 만날 수 없었다. 서로 닿지 않으면 이야기의 진척도 없다.


20170930 (토)

2017 서울세계불꽃축제. 나는 여전히 이 자리다. 대학원 옥상 또는 그 이웃 건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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