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얼추 익은 무화과를 거둬들였다.

하루 더 나무에 매달아두고 싶었지만 나와 새는 해마다 무화과 수확 시기를 두고 눈치를 살펴왔다. 이번에는 그 새가 황망한 얼굴을 할 것이다. 내 무화과나무가 생기고 나는 알러지라는 걸 처음 겪었다. 살갗 밑으로 수십 마리의 지네가 기어들어와 운수조합을 설립하고 골골샅샅 따끔이들을 내려주며 발도장을 찍어대는 느낌이었다. 이게 알러지라는 걸 알게 된 건 두 해쯤 더 지나서였다. 이후로 갓 딴 무화과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오늘 수확한 무화과는 L에게 줬다. L은 새도 수긍할 만큼 맛있게 먹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파편, 2018년 02월

20180203 (토)  H의 결혼식에 못 갔다. 어제 사 온 냉이와 두부를 넣고 찌개를 끓인다. 약 한 봉지를 눈에…

파편, 2012년 10월

20121003 (수) 소논문을 읽고 가여운 마음이 들기는 처음이다. 이 안에서 유일하게 블라인드가 걷어 올려진 창을 통과해 들어온 오후의…

파편, 2019년 03월

20190316 (토) 대략 6개월 만인가? 학교 기숙사 식당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찬밥 한 덩어리를 어묵볶음과 미트볼조림과 깍두기,…

파편, 2019년 01월

20190109 (수) 서군이 왔다. 스타크래프트는 HD로 리마스터 되었지만, 그 옛날과 다름없이 벙커에 마린을 넣고 벌처로 스파이더 마인을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