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문 편지
찬 바람이 두서없이 불어오는데 너무 별일 없으신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이곳 구파발 예비군 훈련장도 무탈합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두 시간 동안 버스→전철→버스를 갈아타야 했고 군화에 발뒤꿈치가 벗겨진 것 말고는. 글썽글썽. 저는 12일부터 ‘동미참 1차 보충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20일에는 ‘하반기 향방작계훈련’ 일정이 잡혀있습니다. 군대, 이거 좀 지독하게 괴롭히는군요. 훈련장 출퇴근에 3일 동안 12시간을 쏟으라는 것도 모자라서 밥값으로 3천5백 원을 주고 4천 원짜리 점심을 사 먹으라니요. 5백 원이 없으면 굶으라니요. 심지어 4천 원짜리 설렁탕을 맛보면 새삼 ‘농심 사리곰탕면’의 위대함을 알 수 있습니다. 어차피 모두 다 역할극을 위해 모였으니 예비군답게 건들건들 담배 열심히 피우고 조교와 농담 따먹기 하다가 실탄 여섯 발을 옆 표적지에 쏘고 돌아가겠습니다. 이 시간에도 창작에 매진하시는 분(ㄱ·ㄱ·ㅂ·ㅅ)과 상사의 대안 없는 질책에 고통받는 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 대신 제 안타까운 근황을 전했습니다. 물론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 놀라운 구성에 하나 더! 피곤하다 징징거리며 만든, 스펙터클 날림 ‘위문 동영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트랜스젠더와 군대
식당 주변에는 천년의 허기도 억누를 것 같은 비린내가 가득했다. 메뉴는 설렁탕 하나뿐이었다. 배식구 앞 긴 줄에 합류하면서 당장 돌아나가야 할지 수십번 고민했다. 일찍이 숟가락을 든 사람의 이토록 어두운 표정은 본 적이 없었다. 가짜 뚝배기에는 살과 뼈로 우려낸 뽀얀 국물 대신 끈적한 액체가 담겨 있었다. 프리마 또는 우유(타락)를 첨가했을지 모르는 설렁탕을 무턱대고 들이켜기에 나는 이미 사회의 물이 잔뜩 들어있었다. 그럼에도 배고픔의 무서움도 너무 잘 알아서 돌아나갈 수 없었다. 내 배식이 단 몇 발짝 앞으로 다가왔을 즈음에는 군침마저 흘렀다. 앞 사람의 설렁탕을 노려보고 있는데 예비역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나는 예비역들의 고개가 향한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한 여자가, 설렁탕 국물만큼 뽀얀 여자가 긴 머리카락을 정리하면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스테인리스 컵을 쥔 손가락에는 분홍색 매니큐어가 뜨겁게 빛났다. 여자는 한쪽 볼에 물을 살짝 머금은 채 넋 나간 예비군들 틈으로 식당을 빠져나갔다. 시선은 상향 15도에서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철저하게 무시당했지만, 그래서 더욱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치 우리 마음을 본인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듯한, 정상에서 굽어보는 듯한, 지배자 시선이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이 여자의 단점은 군복 상의에 붙어 있는 개구리 마크뿐이었다. 오후 훈련이 시작되자 그/녀에 관해 온갖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녀가 음악을 들으며 발장단을 맞출 때 군화와 바지 틈으로 길고 두꺼운 털을 보았다, 친형제나 다름없는 청파동 형님이 말하길 트랜스젠더는 아니며 복장 도착자에 가깝다, 친구의 친구와 같은 반이라서 아는데 입대와 동시에 성 정체성을 확립했다 등등. 온갖 구설이 봄철 송홧가루처럼 야산을 덮었다. 그나마 믿음직한 사람의 정리에 따르면, 그/녀는 예비군 훈련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트랜스젠더였다. 나는 그/녀를 알고 싶었다. 소수자에 대한 궁금증, 더 나아가 흥미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듣더라도 변명할 수 없다. 나는 그/녀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몰래 흘끔거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속으로는 그/녀를 이해하기 전에 그 어떤 짐작·판단·예단도 하지 말자고 다짐할 뿐이었다. (주간한국의 ‘국내 최초 성전환자 실태 보고서’ 관련 기사)
티스토리 초대
동원훈련 4년 차 무사 귀환 기념으로 ‘티스토리(tistory.com)’ 초대장을 배포합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티스토리는 다음과 테터앤컴퍼니(테터툴즈 개발사)가 협력해 서비스 중인 블로그입니다. 요즘 흔해빠진 게 블로그지만 티스토리에는 나름대로 장점이 있습니다. 무제한 용량, 무제한 동영상 업로드(이 게시물의 동영상도 티스토리에 올린 것입니다), 나만의 도메인, 백업과 복구 기능, 공정한 약관 등입니다. 게다가 설치형 블로그인 테터툴즈의 자유도를 계승하여 스킨 편집도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막상 적어 놓으니 별 특별한 점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만, 필요하신 분은 메일주소를 남겨주세요. 도메인은 아이디 혹은 임의로 보내드립니다(가입 후 마음대로 변경 가능합니다). 누구든 수줍어 말고 신청해 주세요. 티스토리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사항은 ‘티스토리 블로그 매뉴얼’과 ‘티스토리 공지 블로그’, ‘B416.net’(무단 링크 죄송합니다), ‘테터툴즈’를 참조하세요. 그래도 정말 모르겠다는 분은 댓글을 달아주시면 성심껏 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