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20180604 (월) 

우리는 정기적으로 다른 사람이 될 필요가 있어.


20180606 (수) 

그야말로 옛날식 커피숍에 앉아.


20180606 (수) 

반년을 끌던 일이 끝났고 귀농을 고려케 했던 회의도 마쳤고 현충일과 지방선거 덕에 수요일 수업 일정도 비었다. 영화를 네 편 봤고 웹소설을 일곱 권 읽었고 새 게임 여섯 개를 각각 서너 시간쯤 플레이하다 지웠다. 지인의 글도 슬쩍 찾아 읽었다. 그냥 집을 나섰다가 새벽까지 25㎞를 걷기도 했다.


20180606 (수) 

재미없다. 몽땅 재미없다. 소설이라도 다시 쓰면 좀 나을까.


20180607 (목) 

눈만 뜨면 두통이 온다. 그때 그 각막 손상이 또?


20180608 (금) 

3년 만에 안과 진료. 역시나 각막에 상처가 났다. 인공눈물과 각막 보호 및 치료제용 점안겔을 처방받았다. 여유 좀 생겼다고 많이 보고 많이 읽은 탓이겠지.


20180618 (월) 

어제는 종즈(粽子)를 얻어먹었다. 어느 중국 유학생이 단오절에 먹는 전통 음식이라며 가져온 게 나한테까지 돌아왔다. 대나무 잎을 풀었더니 찹쌀밥과 대추가 깜찍하게 뭉쳐있었다. 맛은 약밥과 비슷했지만 많이 달았다.


20180620 (수) 

고교 시절 은사님을 뵈러 영등포에 간다.


20180621 (목) 

나의 선생님. 어제도 내 손을 한참 잡아주셨지.


20180622 (금) 

방학이 시작됐다. 어제까지 많은 사람과 이별을 했다. 나는 최선을 다해 아쉬워했다. 다시 못 볼지 모른다 생각하는 건 나 혼자 같았다.


20180623 (토) 

집을 나서다 대문 옆에서 택배봉투를 발견했다. 기왕 오셨으면 헛기침이라도 하시지. 오만 원어치 책을 사야 주는 부채가 갖고 싶었는데 책을 받아쥐고서 떠올랐다. 아무려면 어때. 책표지를 보듬다가 살짝 엿본다는 게 어느새 반절이나 읽어버렸다. 약속이고 뭐고 마저 읽어야 할지 지금 큰 고민이다.


20180623 (토) 

영화관에서 배우 황정민을 봤다. 당장 누군가의 살을 썰러 갈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처럼 잘 벼린 인상이었다.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의 구동백이나 영화 《여자, 정혜》의 작가 지망생 같은 황정민은 평소 어디에 보관해두는 걸까.


20180624 (일) 

이 책은 누워 읽게끔 만들어졌다. 등에 베개를 받치고 벽에 머리를 기댄 뒤 배꼽에 책을 세우면, 엄지손가락이 바깥 여백의 보라색 반원에 신기하리만치 딱 맞는다. 그리고 거북목이 될 거 같은 우려가 생길 때쯤 제주에서도 새 책이 쓰이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확신으로 바뀐다. 나는 사인이 두 개다.


20180628 (목) 

마침내 성적 입력을 끝냈습니다. 저도 방학에 돌입합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파편, 2021년 01월

20210101 (금) 2021 당신의 닉네임: 귀님은 모자란암흑의스키야키 – 뭔가 멋있다…. 20210104 (월) 성적 평가 자료 제출까지 마쳤다! 우와…

로모가 잊힌 세계

P가 난데없이 집에 왔다. 나는 눈가를 비비며 어쩐 일이냐 물었다. P는 떠름한 표정으로 아직까지 잤느냐 물었다. 나는 방안으로…

파편, 2021년 02월

20210204 (목) 맥북에어 m1(2020)을 장바구니에 가두고 두 달째 고민 중이다. 성능·배터리·가격에 혹하지만 아직까지 역대급 망작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16시 22분에 갈산이웃 현씨가 카카오톡에서 말을 걸어왔다. 마지막으로 연락한 건 2년 전쯤이었다. 프로필 이미지 속의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