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노지 감귤 조생 한 상자를 고향집으로 보냈다. 택배 배송완료 알림이 뜨자마자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니는 “아들? 요즘 많이 힘들지?”라고 운을 뗐다. 나는 힘든 일은 여기 서울에 없다고 힘든 일은 거기 시골에나 남아있는 거라고 근심을 돌려드렸다. 어머니는 태연하게 “여기도 힘든 일 하나 없다”고 장담을 하셨다. 어디에도 힘든 일이 없다니 다행이었다.
어머니는 갑작스럽게 귤의 배후 따지고 핀잔을 쏟아냈다. “그런데 니가 귤 보냈냐? 여기는 귤 없을까 봐? 진진 한 걸 뭐 할라고 주문해서 따고 싸고 싣고 옮긴다고 몇이 고생하는 겨.” 나는 그 귤이 하우스 귤이 아니라 노지 귤이며 조생도 모자라 무려 극조생이라고, 올해 처음 딴 귤은 지금 아니면 내년까지 못 먹는 거라고 굳세게 주장했다. 어머니는 듣는 둥 마는 둥 “그려. 잘 먹으마.”하고 당부 몇 마디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오뚜기 카레 가루를 택배로 보내신 분이 누구더라? 얼려 먹는 쭈쭈바, ‘아이스 쮸’도 깡깡 얼려 보냈던 걸 분명히 기억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