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골목에는 정의로운 인간이 산다. 그는 며칠 전 골목 바닥에 이런 글귀를 남겨놓았다.
“개 주인. 제발 쫌, 가져가세요. 당신 집이면, 이라 생각해 보세요.”
나는 역지사지의 선을 이끌어내며 (비교적) 점잖게 타이르는 그의 태도를 곱게 보았다. 그리고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 사이, 글귀를 가을비가 가무리고 있었던 걸까. 골목에 물기가 마르자 글귀가 여전히 싱싱한 채로 다시 나타났다. 유성펜으로 쓰였다니, 적잖이 혐오스럽다. 굳이 견주자면 나는 지워지지 않는 글자보다 개똥이 훨씬 어여뻐 보인다. 거리에 졸생의 노기를 새기는 이보다 문득 배변하는 개가 더 고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