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늘 무언가 찾는다.
하나뿐인 사랑을 받아 마땅한 이성이나 온몸으로 밀고 나아갈 꿈·이념·목표와 같은 ‘거대한 무엇’ 말고도, 계란말이가 맛있는 식당, 세계문학전집에 끼워 둔 비상금, 이불 틈에 감춘 소 판 돈 등을 찾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눈앞에 있는 것도 매일 낯선데 새로운 것만 찾아야 하는 인생이란 참 피곤하다.
시공간이 뒤엉킨 인터넷에 발 들이면 더 심각하다. 0과 1로 저장된 데이터 속을 일일이 들춰 확인해야 한다. 이런 부지런한 사람들 덕에 이 삐걱대는 블로그에도 사람들이 드나든다. 무엇인가를 찾기 위한 여정으로써 말이다.
심심한 새벽이면 가끔 “뭘 보셨습니까?”라고 주절거리며 테터툴즈의 ‘리퍼러 통계’를 확인한다. 그 페이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애끓은 호흡을 내뱉고 있다. 예를 들어, “동성애자의 심리” “내 친구 픙픙이” “여자 ○○에 낀 팬티” “남편 화 푸는 편지” “여자 빨게 벗는 모습” “카오스 야설” “남자가 여자 ○○털 만지는 사진” 등이 최근 이틀간의 (핫클릭 아닌) 헛클릭 검색키워드다. 그중 “한국 페니스헬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세상에 이런 헬스가 다 있다니!
어떤 블로그에서 내부 링크를 통해 방문한 이도 있었다. 거꾸로 따라가 보니 거기에 내가 쓴 영화 《손님은 왕이다》 감상문이 스크랩되어 있었다. 내용과 사진까지 그대로. 한마디쯤 남겼다면 더 좋았겠으나 달갑지 않을 이유도 없다. 다만 창피하더라. 속없는 감상문을 똑똑한 사람이 보게 된다면 얼마나 웃을까. 그런 걱정뿐이었다. 순간 배꼼이 고개를 드는 ‘댓글 1’이라는 표시. 안 보고 넘어갈 수 없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 내가 읽은 영화 후기 중에 젤 먹물스럽군. 잘난 척 하기는.
나는 “죄송합니다.”라고 쓴 뒤, 블로그를 빠져나왔다.
슬그머니 다시 들어가서 방명록 살펴봤다. 그 블로그는 영화 《손님은 왕이다》의 오기현 감독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의 감상이 스크랩되어 있었다. 위 댓글을 쓴 사람은 그냥 지인인 듯 보였다. 다시 한번 천천히 곱씹어보고 순자(荀子)의 말씀이 되뇌었다.
― “君子, 博學而日參省乎己 則知明而行無過矣” (군자는 널리 배우고 날마다 스스로를 거듭 반성하면, 슬기는 밝아지며 행실에는 허물이 없어진다)
글은 역시 위험하다. 4년제 지방대 졸 청년이 누군가에게 “먹물” 소리나 들을 만한 글을 인터넷에 흘리고 다니는 건 분명 사기지. 거듭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