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내 힘으로 면할 수 없는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이 피로는 ‘절전모드’로 잠에 들면서 시작됐다. 불과 몇 개월 전에는 생각을 꺼버리는 일이 너무도 힘들었는데 이젠 초저녁만 되면 ‘팟’ 하고 의식이 나가버린다. 평소, 아침 해가 솟아오를 때까지 대책 없이 빈둥거리는 나로서는 이 강제적인 의식의 차단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여기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팟!’이 또 문제다. 고작 두 시간 정도 시간이 흐르면 ‘팟!’ 하고 의식이 돌아오고 만다. 그 순간엔 내 안에서 ‘정기 점검’이 순조롭게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로 날이 구획되지 않고 여전히 어제를 연속해 살아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억지로 현재를 어제로부터 끊어보지만 한계가 있다.
나의 오늘은, 어제에게 시간을 계속 빼앗기는 오늘은, 두 다리를 절단당한 남자의 모습으로 기어기어 마중을 나온다. 그 처참한 꼴을 내려다보면 곧 눈앞이 가물가물해지면서 동시에 삶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고단해지는 것이다.
또 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