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07 (화)
강모씨는 서울에 올라와서 열심히 다른 그림을 찾고 계신다. 너는 역시 좀 다르다.
20100908 (수)
너로 인한 근심과 불안과 공포, 그 뿌리엔 이런 물음이 산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할 필요가 없을 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시적으로나마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었던 너를 생각한다.
20100912 (일)
“빌리: 저 떨고 있는 것 같아요, 아빠. / 재키: 괜찮다, 빌리. 우리 모두 겁내고 있어.” (이건 ‘재키 엘리어트’의 영화다. “우린 끝장났어! 무슨 선택이 있니?”라고 말할 때, 내 몸은 앞으로 기울었다.) ― 《빌리 엘리어트》, 2000.
20100912 (일)
밤, 일부는 번지고 일부는 뚝뚝 흐른다. 창밖은 추위에 떨던 네 입술 빛깔이다. 내 주위는 아직도 캄캄하다. 너의 찬 몸을 뜨겁게 끌어안기 위해서 문을 열고 나서면, 넌 이미 떠나고 없을 것이다. 아침이 오고 있다.
20100920 (월)
니또야(풀네임은 마니또). 조카가 알려준 이름을 부르니 배를 드러내고 눕는다. 낯선 나에게도 망설임이 없다. 나는 ‘니또’의 적의 없는 눈동자를 마주하고도 손 내밀어 배를 쓸지 못했다. 니또는 두 살이다.

20100922 (수)
조카의 무게. 내 몸 위로 자기 몸을 포개 뉘이는 조카를 끌어안고는 몇 초간 숨을 쉬지 못했다. 나는 쉽게 늘지 않는 내 몸의 무게를 생각하고 문득 두려움을 느꼈다. 이제서야 나는, 더욱 더 지혜로워져야 하는 어른의 책무를 깨닫게 된 것이다.
20100928 (화)
조카는 명절 내내 칭얼댔다. 명절이 지나갔지만 니또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병원 앞에 앉아 아버지를 기다린 니또의 미담을 자주 꺼냈다. 나는 모든 장소에서 내가 사라질 날에 대해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