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워낼 만큼 게워낸 하늘이 잠깐 갰다. 신이 나서 세탁기를 세 번 돌렸다. 옷가지와 수건은 물론, 홑이불과 엠보패드와 베개커버까지 싹 빨았다. 줄곧 밤공기가 눅진눅진한 데는 내 기분 책임도 있다. 불평해선 안 된다. 내일도 갠다면 잠시 맡아둔 하얀 솜이불을 빨아 널 생각이다. 정확한 날짜는 모르지만, 솜이불의 주인은 주 중에 귀국한다. 불놀이 홍은 다른 나라에 기껍고 반가운 것이 많다 했다. 그게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래도 적은 시간을 만 조각으로 나눠 기껍고 반가운 것들과 작별하고 있을 불놀이 홍을 위해서 마른 이불을 준비한다. 여름 햇살 한 줌 흩뿌려 놓은 듯 새하얗게 빛나는 이불을 준비한다. 네 몸을 꺼내 간 이곳에도 포근한 것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려는 듯이.
Dark
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