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20110301 (화)

사람들은 바쁜 와중에도 기이한 걸 궁리해서 간소한 삶을 방해한다.


20110301 (화)

“특정한 담론형태에 순응하고 그 안에서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한, 당신이 말하는 내용이나 당신이 취하는 극단적이거나 중도적 입장, 또는 급진적이거나 보수적인 입장에는 아무도 특별히 관여하지 않는다.” ― 테리 이글턴.


20110301 (화)

“담론을 가르친 사람들은 그들이 당신이 말한 내용은 잊어버린 다음에도 당신이 능숙하게 말할 줄 알았는지의 여부는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 테리 이글턴.


20110302 (수)

“자기가 쓴 글들을 읽을 때마다, 문장과 문장 사이의 거리가 매우 멀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문장들 사이의 침묵이 점점 무서워진다.” ― 김현.


20110302 (수)

“제도 속에서 제도적으로 사유하기…….” ― 김현.


20110303 (목)

일관성을 기대할 수 없는, ‘공간’에 대한 관심과 인식의 파편을 마주하고 있다. 텍스트의 내적 정합성이나 자기완결성을 진심으로 믿던 시대는 얼마나 풍요로웠을까.


20110303 (목)

동일한 정신적 양식을 나눠 가진 비싼 책의 수량과 비례해 기만적인 충만감도 증식 중이다. 이 둘을 함께 가두기 위해 사물함을 신청했다.


20110305 (토)

“발견함은 세계-내-존재의 한 존재방식이다. 둘러보는 배려나 또는 머물면서 바라보기만 하는 배려도 세계내부적인 존재자를 발견한다. 이 세계내부적인 존재자는 발견된 것이다.” ― 마르틴 하이데거.


20110305 (토)

택배기사의 실수 탓에 물건이 복사실로 갔다. 나흘 전부터 기다린 물건이었다. 물건은 복사실 아저씨의 집으로 옮겨졌고 아이의 손에 들어갔다. 아저씨는 모레 다시 가지고 나오겠단다. 월요일엔 내 것이 될까? 여전히 새 물건일까? 날 왜 괴롭히나, 이 심약한 사람을.


20110306 (일)

비할 데 없이 우울했다. 만화방에 들러 반 갑의 담배를 피웠지만, 여전하다. 귀가 중 음식물 쓰레기에 대가리를 처박고 뭔갈 애끓게 씹는 고양이를 봤다. 그래, 네겐 비할 수 있겠다. 오늘은 마음도 병이다.


20110306 (일)

“저는… 겨울이 가기 전에 죽게 될까요? 아니면 봄이 오기 전에 죽게 될까요?” “봄의 바깥보다는 겨울의 안이 더 따뜻하지 않을까요?”


20110309 (수)

금니가 떨어져 나왔다. 이제는 단순히 이물(異物)이 되어버린 금니, 너를 볕 드는 곳에 널어둔다. 부서지는 빛에 뒹굴며 생기 찾아가는 널 보고 있으니 이 시린 것도 참을 만하다. 고마웠다.


20110309 (수)

남성역 <도토리 헌책방>에 혼자 들렀다가 『프루스트의 예술론』(이형식, 서울대학교출판부, 1991)과 함께 나왔다. 손잡고 걷다가 “추억이 예술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재인용 구절을 마음에 새겼다.


20110314 (월)

화이트데이. 몇 년 만에 초콜릿을 샀다. 아침이 오면, 밥 짓는 어머니의 등 뒤로 몰래 다가가서 입안에 넣어 드려야겠다. 다만 일 분이라도 달곰한 기억이 보태지도록.


20110314 (월)

마주치는 사람마다 머리 숙여 사과하고 싶은 날씨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_코레일카페.


20110320 (일)

서울버스와 지하철 내비게이션, 다음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했다. 쓸모없는 것들의 물성이 나의 과거-현재-미래를 즉시 드러낸다. 내 공간지평은 닫혔다. 어떤 풍요의 낌새가 직관에 맺힐듯하다 사라지기도 한다. 온다 기별했던 모랫바람은 섭섭지 않게 다녀갔을까.


20110321 (월)

차창룡 선생님께서 두고 간 차를 우리고 있다. 어느새 출가하신 지(2011년 3월13일) 1년여다. 남겨주신 청소기는 쌩쌩하다.


20110321 (월)

“차창룡”을 검색하면 “승려”로 나온다. 말에서 찾지 못하신 무엇을 침묵에선 찾으셨길….


20110321 (월)

이것 보셔요, 할머니! 너무하셔요. 롯데샌드 유통기한이 12일밖에 안 남았기에 찜찜한 표정 좀 지었다고 화내실 건 없잖아요. 아무래도 신선한 과자가 더 바삭하고 맛있지 않겠습니까? 오천 원 미만으로 사면 비닐봉지에 담아주지도 않으면서! 흑….


20110321 (월)

이토록 눈물 많고 온건한, 낭만주의적 정서를 머금은 물활론이 나의 구조다.


20110322 (화)

아름다운 것들은 대체로 지루하다. 물론 이건 그냥 푸념이다. 아쉽게도 표본이 너무 적다.


20110322 (화)

‘Vincent Gallo’의 음원을 복사하다가 《중경삼림(重慶森林)》 사운드트랙이 간절히 듣고 싶어졌다. 결재하는 음원사이트에는 제휴가 안 된 상태…. 오래전 K에게 선물 받은 CD는 시골집에 있다. <汗, 雨, 淚> 듣고 싶어….


20110322 (화)

심상 또는 문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밖에선 미성숙함으로 비치는 모양이다. 그 이유는 주관의 지향성을 고정하거나 (세계를 지각하는) 신체를 채집하는 데 그 이상은 너무나 쓸모없을 뿐만 아니라 낭비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20110322 (화)

저토록 지루한 게 뭐 그리 좋단 거지?


20110322 (화)

해는 기운 빠지게 한다.


20110323 (수)

반성이 시작되기 전에, 침묵. 나는 괄호의 침실에서 한바탕 낮잠이나 자야지.


20110323 (수)

한 여자가, 어떤 곤란을 관통해 지금에 이른 것 같은 모습으로, 한 여자가, 인도 한쪽에서 몸을 말고 있었다. 둥글게 둥글게. 나는 ‘어서 집에 가서 내 몸도 말아내야지.’라고 생각했다.


20110323 (수)

개체의 고립을 목적으로 발생하는 듯한 치욕 혹은 치욕의 기억들. 의식의 심층에 사로잡아 두고 전이를 막아야겠다. 하지만 네 모습은 평면인 세계에서 돋을새김해 있는 것만 같다. 손 뻗어 허공이라도 한번 움켜쥐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다.


20110323 (수)

제가 보일 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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