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20110405 (화) 

이제라도, 너의 슬픔을 나의 것에 견주지 않으려 하네.


20110407 (목)

네 얼굴에 입이 있는 걸 보았다. 그만, 싫어졌다.


20110408 (금)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 이승하 작가의 당선 소감 한마디. “몸도 정신력도 약한 저로서는 잠을 줄이며 무엇인가 읽고, 생각하고, 원고지를 메우는 일이 참으로 힘듭니다.”


20110409 (토)

레꼴떼(recolte) Kaffe Duo 커피메이커 + 머그2EA가 3만4천9백 원!? 이건 꼭 사야 해. 빌어먹을 원데이….


20110410 (일)

주문한 커피 메이커씨가 택배유랑길에 올랐는지 궁금해서 두근두근 배송조회. 아쉽게도 배송 준비 중…. 그런데 담당자가 ‘모’정연씨네. 반가워요, 모정연씨.


20110410 (일)

편의점 택배를 찾으러 기숙사에 왔는데 아직 영업 전이다. 아르바이트생, 너 얼마만큼 왔니? 보고 싶다.


20110410 (일)

드디어 알바느님이 오셨다! 꺄르르륵. 하지만, 막상 마주 서면 ‘당신이 보고 싶었다’고 차마 말하지 못할 거예요.


20110410 (일)

나는 정말 ‘알뜰한’ 사람이다. 일요일 오전 10시에 ‘선착순’으로 발급해 주는 ‘인터파크 도서 전용 땡쿠폰(2천원)’을 받으려고 대기 중이다. 그래봤자 북카트엔 36만 3천 780원어치 책이 담겨 있다. 쩝.


20110410 (일)

‘인터파크 도서 전용 땡쿠폰(2천원)’을 무려 1등으로 받은 게 자랑. 그런데 중복 적용이 안 돼서 못 쓰고 버리는 건 안 자랑. 엄마, 좀 살아보니까 세상에 만만한 게 하나도 없네.


20110412 (화)

봄은 왔는데 밝은 옷이 없네. 내 감당 못할 사랑을 미움을 받아적던 그 묵은 계절만 옷장에 가득 걸려 있네.


20110412 (화)

“선택의 지혜와 미묘한 누락의 기교” ― 오스카 와일드.


20110412 (화)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지는.


20110412 (화)

어쩌다, 밴드 <말도 안 돼>의 건반연주자를 보게 됐다. 물론, 여전히 낯가리느라 대화를 조용히 엿들었지만. 문득 생각난 김에 공연 동영상을 찾아보는 중. 젊은 작가 밴드라니, 재미나겠다. 악기 하나 다룰 줄 알았다면 봄노래만 잔뜩 지어 불렀을 텐데.


20110412 (화)

사라질 봄과 나란히 앉아 있다.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무엇보다 네가 좋다. 애매한 존재들이 나를 조감할 때마다 얼굴을 작은 액자처럼 떼어내어 엄마에게 택배로 보내고 싶었다. 봄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왔다. 가도 쫓지 못할 곳에서 드디어 왔다.


20110412 (화)

푸르름도 붉음도 벌거벗고 있다. 웃음이 난다.


20110412 (화)

“바람에 기대어 귀를 연다, 어쩌면 그대 / 보이지 않는 어디 먼데서 가끔씩 내게 / 안부를 타전(打電)하는 것 같기에” ― 강윤후, 「쓸쓸한 날에」, 『다시 쓸쓸한 날에』, 문학과지성사, 1995.


20110414 (목)

부패한 사랑을 몰래 내던지는 봄밤.


20110414 (목)

내 봄날의 꽃은 항시 성가시기만 했다. 이젠 어떤 찬란도 머물지 않는다.


20110414 (목)

오늘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 1993)》을 튼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한다. ‘당신은, 정각에 도착하지 않을지 모른다.’


20110414 (목)

서럽다. 설명하면 설득도 될 텐데 관둔다. 입은 칫솔 옆에 두고 눈은 간장에 담가두고, 귀는 현금인출기에 넣어둘까? 코는 돌아다니며 입 냄새 눈 조림 냄새 돈 냄새 맡으려면 바쁘겠다. 졸린 데 꿈속에도 경멸이 있던가? 눈코입귀 두고 가니까 상관없겠지.


20110415 (금)

등을 껐다. 또 자려나 보다. …이렇게 적고 바로 잠들었다. 저를 비난해 주세요.


20110415 (금)

그래도 나 자신의 각성과 행동과 의지 속에만 (비록 소박할지라도) 희망이 있을 것이므로 모닝커피 한 잔을 스스로 건넨다.


20110415 (금)

<바드(bard)>의 음악이 듣고 싶어서 음원사이트 결재. 고교 시절, 등굣길에 매일 듣던 <블라인드 가디언(Blind Guardian)>과 몇몇 추억이 떠올랐다. 『핫뮤직』과 『GMV』를 함께 읽었던 그 친구들은 다 잘 지내겠지?


20110415 (금)

“잠깐만 죽을게, / 어디서도 목격한 적 없는 온전한 원주율을 생각하며” ― 김소연, 「수학자의 아침」, 『실천문학』 2011년 봄호.


20110415 (금)

시간의 행패.


20110416 (토)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만 보고 나가야지…. 잠시만, “오블리비아테!”


20110416 (토)

시선을 네게 떼고 주변에 붙인다. 방금 소멸하던 것들, 지금 창조 중이다.


20110417 (일)

한 줄 읽고 형광펜 뚜껑을 찾고 두 줄 읽고 형광펜 마개를 찾고 세 줄 읽고 형광펜 캡을 찾는다. 내가 잃어버린 건 ‘그거’ 하나뿐이지만 세 개 다 찾게 되면 좋겠다. 촉이 마를까 봐 걱정하며 둘러보니 세상에 밑줄 그을 것 투성이다.


20110417 (일)

너는 나의 곤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벌거벗을 적(赤), 벌거벗을 나(裸), 벌거벗을 라(裸). 나는 세계 속에서 늘 배덕하였으나 너의 선고가 무섭고 막막해 초연히 정관할 수 없다. 어느 얼굴 하나, 밤새 내 작은 눈알을 핥고 있다.


20110417 (일)

멸종했다던 ‘쓸쓸’이 너로 인해 숨을 당기고 민다. 서성이다 약속 있는 사람처럼 팽개치고 폐 부근에서 떠나면 나는 나를 도저히 고치지 못하고 목부터 꺾여 달이 내던진 날짜를 꼽는다. 일 년이 보다 짧은 음력은 먼저 사랑하고 먼저 잊기 좋다, 나도 모르게.


20110417 (일)

기분은 계단을 이용하지 않는다.


20110417 (일)

춥츕 츄루룹. 츄파춥스 빨며 봄의 간지럼을 참는 중이다. 수박맛 츄파춥스를 샀더라면 수월하게 균형 잡았을 텐데.


20110417 (일)

기원을 알 수 없는 나의 적의와 봄.


20110417 (일)

장례식장. 기다리는, 봄의 부고는 오지를 않고.


20110419 (화)

혼자서 처치할 수 없는 감정은 모두 응급이다. 가지런히 누워 나를 모욕해야겠다.


20110419 (화)

소품이 된 거 같다. 무의미와의 애처로운 투쟁.


20110419 (화)

당신의 방문이 예정된 사람처럼 몸을 움직이고 있다.


20110420 (수)

꽃잎을 꽃잎을 꽃잎을 밟고 밟고 밟고 가는 그곳엔.


20110420 (수)

수박맛 츄파춥스를 세 개나 사 왔다. 아무도 안 줄 거다.


20110421 (목)

아무것도 아닌 것 같던 것이 모든 부정에 적극적으로 쓰일 때, 나는 나의 문맥을 잃어버린다. 게다가, 이미 마친 진술을 고치느라 ‘지금’의 모든 요청을 거절한다. 미래에 작용하게 될 모험적 기획은 언제쯤 동작할까.


20110421 (목)

69통의 광고 메일을 하나씩 열어보고 있다. 그들은 참 친절하다. 눈물이 쏟아질 만큼….


20110421 (목)

오늘도 빨래를 한다. 세탁기보다 나은 사람이 많이지면 좋겠다.


20110421 (목)

심야식당 인트로만 여섯 시간째 듣고 있다. 네가 내뱉은 숨을 마시고 두둥실 떠올라…. https://youtu.be/_RHTpXniEEk


20110422 (금)

어금니님께서 돌연 파업. 한숨도 못 자고 병원에 가고 있다. 마취당하면 나도 돌연사 할 듯.


20110422 (금)

치과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오십만 원을 찾아왔다. 하하하.


20110422 (금)

치료에 두 시간 반이나 걸렸다. 진료비 좀 더 뽑았다고 좋아해야 할까? 내 잇몸은 사자가 씹다 버린 가젤의 염통 꼴이다. 이제 마취가 풀리려는데 조금 무섭다. 내 손을 잡아줘.


20110423 (토)

어째서 여태 한 번도 나 자신에게 화내지 않았던 거지?


20110423 (토)

즐겁게 슬퍼하던 때도 있었다. 세상은 꼼짝 안 하고 나만 깨어 혼자 이별하던 때도 있었다. 이별이 아픈 문장 몇을 주고 너를 빼앗아 가도 즐겁기만 하던 때가 있었다.


20110423 (토)

저는 감쪽같은 슬픔봇입니다. 우울과 슬픔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잘 압니다. 잠든 사랑을 두고 침실에서 몰래 빠져나온 적 없는 사람과는 맞팔하지 않습니다.


20110423 (토)

너를 보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면 나는 돌멩이.


20110426 (화)

모든 비는 당신이 등 돌려 떠난 날의 그 비다. 비처럼 사랑도, 이별처럼 비도, 모두 당신이 억지 부리는 것만 같았던 그날과 그 비.


20110426 (화)

사랑 앞에서, 내게도 맹수의 시절이 있었던가. 봄날, 굽지 않는 두 팔을 벌린 채 나뭇가지 끝에 잠시 피었다가 허공의 넓은 품으로 날아가는 당신을 바라본다.


20110428 (목)

나를 돌보지 않을 때만 나는 달떴다. 당신이, 수억 걸음 밖에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봄을 챙겨 수억 번 마중을 나선다.


20110428 (목)

당신의 발길 가는 곳마다 푸른하늘 하얀구름 분홍바람 연두나무.


20110428 (목)

밤의 발길질. 연거푸 가슴팍을 얻어맞은 사람처럼.


20110429 (금)

엠에게 백조의 품과 같은 욕조가 하나 있었다면 여러 가지 따뜻한 상상을 부화시키거나 혹은 자신의 붉은 피를 수혈해 줬을 것이다. 계속되는 실패의 밤이 지칠 줄 모르고 힘센 양손으로 엠의 동공을 벌려대는 것을 다시는 견딜 수 없었으므로.


20110429 (금)

당신이 손잡고 싶지 않다면 다시는 내 손 필요 없네. 영영 손의 필요를 되돌려줄 것 같지 않은 당신에게 결코 필요 없는 것들을 그러모아서 앞뜰에 묻어 둬야지. 찬 흙으로 몸 덮고 나면 당신에게 폐만 끼치던 내 손은 누가 묻어주려나.


20110430 (토)

내 속이 밝다. 매 시각 대보름이다. 달빛 새 이는 하여튼 이지러지지 않는다. 당신에게 훤히 속 내보일 생각 하니 마음 갑갑하지 않고 좋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파편, 2011년 06월

20110611 (토) 당신은 아직 어둑새벽이다. 오렌지색 하룻볕을 모두 쓸어 담아 솔솔 솔솔 뿌려주고 싶다. 20110613 (월) 자꾸 삶을…

서울은 달고나

서울이다. 문밖은 영하 10도다. 나는 절절 끓는 방바닥에 누워 다음 달 도시가스비를 걱정하고 있다. 먼 미래를 찬란하게 건설하기엔…

기억의 사과

밤새 빈방과 어울린다. 어울려 논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막연히 울던 시절이 확실히 좋았다. 배탈이 난 것처럼 앓는 소리로 자주 웃던…

파편, 2010년 10월

20101008 (금) 달은 다정하다. 어둠을 뿌리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20101008 (금) “과연 외계의 현실은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