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03 (화)
현재가 누워 있는 요람을 빼앗아 기억을 돌보지 마라.
20110505 (목)
나는 봄의 하객. 너도 없이 식이 끝나간다.
20110505 (목)
너를 보아야 나는 살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이 살맛나는 당신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 정말로 치사찬란이다.
20110505 (목)
마음아, 누구 곁에서 한 번 출렁이지도 못하여 보고 이렇게 쓸쓸만하다가 맥없이 누우면 너는 결국 세상에 무엇이었다고 말하겠느냐. 지금 앰뷸런스 한 대가 지나간다.
20110507 (토)
네 정거장 앞서 내려 걷다가 주저앉아 버렸다. 가로등 불빛이 투욱 밀쳐 그림자가 길게 누웠다. 자홍꽃은 영문도 모르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미안하다. 조금만 쉬자.
20110508 (일)
몸 한쪽 편이 저릿해져 깨면 당신이 다녀갔다 고집을 부려 봐야지.
20110509 (월)
새벽, 열차를 타고 숲 가운데로 들어간다. 꼿꼿한 나무와 촘촘한 나무들. 선로의 침목을 내리 살피는 어미쯤 되어 뵌다. 나는 어버이날을 지나 여기 왔다.
20110509 (월)
굳이 한강대교 한가운데서 끌어안은 연인. 없던 일로 해버릴 수 없는 어떤 사랑. 강물의 참관. 현기증 나는 꽃내. 내가 감히 갈 수 없는 당신 곁. 그래도 바람은 실없이 시원해. 오늘만큼은 노숙자가 되고 싶을 만치.
20110509 (월)
점점 더 알 수 없게 되는 이 지옥.
20110511 (수)
모처럼 슬픔의 까닭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20110514 (토)
올해의 유행 같은 사람들이 달을 쬐며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하지만, 당신만은 나의 오랜 무관심에 보복이라도 하듯 교활하게 아름다웠다. 바람에도 울고 달빛에도 울면서 나를 위해서 울어주지 않을 당신은 오늘도 내일은 없다는 듯 가버렸다.
20110519 (목)
저녁이 되면, 나는 왜 이토록 끔찍한 사람이 되고 말았는가에 관해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사람이 아니다. 이 사실을 당신이 알아줄 때까진 건강하게 살고 싶다. 조금 남은 생기를 열심히 지키면서.
20110520 (금)
병신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