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지난주부터 욕실 등이 켜지지 않는다. 전구를 갈아보려고 힘을 쓰다가 등이 통째로 천장에서 뜯어져 버렸다. 등은 전선 두 가닥에 의지해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캄캄한 욕실, 아무리 씻어도 몸이 검다. 거울 저편에서 수염을 깎는 나는 이불 속으로 당장 돌아가야 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루는 이제 막 시작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절음의 고갈, 결의의 기근

우리는 대학시절의 대부분을 잔디밭에 누워 보냈다. 그 사이사이 레쓰비 깡통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웠다. 볕은 대체로 따가웠다. 학보를 펼쳐…

파편, 2010년 02월

20100201 (월) 나의 ‘사랑’은 정말로 고약한 것이다. 이것을 받아 드는 그 사람은, 아마도, ‘나’라는 고약한 음식물 쓰레기를 가슴에…

일란성 자매들의 못된 장난

도통 알 수 없는 얼굴이야, 라고 생각했다. 마주 서서 말을 주고받는 내내 하얀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지만 특징을 잡아낼…

파편, 2017년 06월

20170602 (금) 농심 볶음 너구리야… 난 너 때문에 돈을 버렸고 살이 찔 거야. 지금이라도 토해내고 싶어. 그런데 찬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