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눈 오는 밤, 흑백의 세계에서는 바닥이 희게 사라진다. 달빛이 발자국에 드문드문 짓는 그림자의 징검다리를 밟고 집으로 간다. 흔한 고양이 한 마리도 안 보인다. 눈 떨어질 자리에서 아무도 잠들지 마라.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근면 철물

이 동네에서 오 년을 사는 동안 한 번도 ‘근면 철물’ 주인을 보지 못했다. 하기야 고작 동네 주민이 철물점…

강을 배웅하다

자전거를 타고 13.74km를 달렸다. 집 근처에 닿기도 전에 날이 밝아왔다. 강 건너 건물들은 막 주저앉을 것처럼 뿌옇게 흔들렸다.…

봄의 정언

봄바람이 분다. 중력 탓에 바닥으로 꺼져가는 이들의 몸을 살짝 들어 올려주는, 마음이 따뜻한 소녀의 입김 같기도 한 봄바람이…

눈을 뜨니 일천구백구십육 년

아침에 걸려온 전화는 당연히 못 받는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만한 친구 김천기가 부재중 통화 목록에 이름을 남겨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