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오전에 선생님 네 분과 마주 앉아 어색한 웃음을 방류하고 나왔다. 한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은 “됐어. 나가.”였다. 면접 결과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좋든 나쁘든 하루하루를 최선으로 긁어모아 살아야 하는 건 변함이 없다. 어서 「모텔, 건너편 무언가(가제)」를 마무리 짓자.

중국 음식점에서 점심식사를 얻어먹고, 안쓰 김, 이팝나무 황과 <가든>의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나는 길게 매인 넥타이가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래도 쉴 새 없이 떠들고 웃었다. 카페에서 나왔을 땐 R&D센터 105호 강의실에서 무심코 내뱉은 대답에 관한 아쉬움을 대강 떨쳐버린 것 같았다. 떨쳐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또 아쉬워졌다. 그런데 우리는 무슨 말을 나눴더라. 어차피 모두 잊히겠지. 잊었겠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가짜 선생은 거짓말이 어울려요

나 같은 가짜 선생은 스승의 날이 불편하다. 그래서 새 학기가 시작되면 스승의 날이 수업과 겹치는지부터 확인한다. 올해는 일요일에…

파편, 2012년 10월

20121003 (수) 소논문을 읽고 가여운 마음이 들기는 처음이다. 이 안에서 유일하게 블라인드가 걷어 올려진 창을 통과해 들어온 오후의…

백산약 세 포

새벽 두 시, 누나 L이 오토바이 퀵으로 생약 세 포를 보내줬다. 근육통에 정말 신통한 약으로, 얼마 전 나와…

그냥 기도나 배웠어야 했는데

매일 아침 언덕을 날아 내려가면서 꺄꺄갸갸 우는 새가 있다. 들이받고 싶다. 나는 관계할 것들의 부고를 미리 알아 차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