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열람실 의자에 앉아 한 시간 삼십 분쯤 엎드려 잠들었다. 그 사이, 이웃한 자리에서 다른 나라 문자가 빽빽하게 인쇄된 종이뭉치를 읽던 사람이 사라지고 없었다. 백색 형광등 빛도 약간 노랗게 익은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노트북 위에 과자가 놓인 광경이 생소했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빨갛고 바삭바삭한 마음을 두고 간 사람은 누구일까.

정신을 차리고 건물 밖으로 나와보니 흙과 나무의 품으로 파고드는 나뭇잎들이 눈에 들어왔다. 밤은 아직 추워요, 라고 속삭이듯.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어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눈팅족의 고백

나는 자기애(自己愛)가 다양한 형태로 진열된 곳에서 불안을 느낀다. (“엄마, 엄마는 내 콧물을 빨아서 귀하게 키워줬지만, SNS에서 자기애는 주로…

남은 날은 전부 휴가로 정한다

어쩌다 보니 마지막 학기가 끝났다. 한 해에 두 번씩 돌아오던 방학도 함께 끝장났다. 방학이 없다는 건 학기도 없다는…

명절약사(名節略史) 2/3

김 여사가 뛰어 들어왔다. 충청남도 홍성군의 지루한 평화는 그녀의 젤리 슈즈에 의해 손 써볼 틈 없이 무참하게 짓밟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