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람실 의자에 앉아 한 시간 삼십 분쯤 엎드려 잠들었다. 그 사이, 이웃한 자리에서 다른 나라 문자가 빽빽하게 인쇄된 종이뭉치를 읽던 사람이 사라지고 없었다. 백색 형광등 빛도 약간 노랗게 익은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노트북 위에 과자가 놓인 광경이 생소했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빨갛고 바삭바삭한 마음을 두고 간 사람은 누구일까.
정신을 차리고 건물 밖으로 나와보니 흙과 나무의 품으로 파고드는 나뭇잎들이 눈에 들어왔다. 밤은 아직 추워요, 라고 속삭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