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눈 뜨자마자 ‘애인을 집으로 초대한 사람처럼 부지런히 움직이자’라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애인이 없으니까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구나. 비현실적이며 실현 불가능한 자기최면이 지닌 한계다.
그리고 오시오 떡볶이를 사 먹으러 혼자 길을 나섰다. 나는 혼자 끼니를 때우기 위한 행동을 할 때마다 결연해진다. 묘한 흥분이나 자신감마저 생긴다. 이런 감각은 수렵의 유산일 것이다. 한참 걸어 도착했지만 오시오 떡볶이는 문을 닫은 뒤였다. 나는 바로 옆 노점에서 컵닭 이천 원어치를 사서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모두 먹었다. 매우 맛이 좋은 데다가 적당한 양의 컵닭이었다. 좀 작작 남겨 먹으세요, 라고 말하며 후문 컵닭 아저씨께 한 컵 사다 드리고 싶었다.
밤 밤에 들어가는 밤은 자명한 밤이다. 널리 알려진 밤이다. 한낮에 밤의 문을 두드리면 예쁜 우울을 다발로 든 밤이 문을 열어준다. 나와 함께 지인의 장례식에 가기로 미리 약속했던 사람처럼. 그러고 보니 이달 초에 당신이 상징적으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