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3 (목)
터방네 옆 골목. 고깃집 주인이 쪽문을 열고 나와 숯에 불을 붙였다. 어릴 적, 큰집 아궁이를 저녁 내내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부지깽이를 가만히 내려놓고 걸어 들어가고 싶던 적이 있었다.
20121214 (금)
기운이, 어두운 기운이 온몸에 돈다. 한끼 한끼 음식물 쓰레기라도 나와야 네가 생각난다. 버릴 수 있는 것은 차라리 낫다. 아무리 슬퍼도 일상의 강단은 누그러지지 않는다. 도서관에 책을 여러 권 반납했다. 두어 번 미끄러질 뻔했고 연체료로 3천9백 원을 냈다. 이 가운데 읽은 책은 단 두 권뿐이다.
20121215 (토)
올해는 하나 심었다. 이도 어려웠다.
20121224 (월)
중앙대학교병원 다정관 8층에 입원한 안쓰 김을 새벽 한 시에 문병하고 돌아왔다. 환자복은 깨끗했고 혈색은 좋아 보였다. 그는 광어회에 소주를 마시면서 기권표 역시 정치적 의사표현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정치외교학과를 나왔다. 물론 나는 유순하게 반대 주장을 했다. 그들은 세대의 투표율 자체(와 무효표)에 관해 우리의 이상만큼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쟁은 금방 시들해졌다. 어차피 우리는 박근혜를 바라보면서 여러 해를 살아야 한다. 그도 나도 새해에는 영리병원에서 진료 받을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20121224 (월)
나를 찾는 전화는 오지 않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은 아직 없다.
20121230 (일)
구세군중앙회관.
20121231 (월)
나를 위해 한 일이 하나도 없었던 한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