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육쌈냉면 옆 골목 안에서 숨어 있던 여자가 길 가던 나를 갑자기 끌어안으며 칭얼거렸다. 나는 체한 마음을 달래듯 등을 쓸어줬다. 여자의 체온은 높았다. 팔을 붙잡혀 끌려들어간 음식점에서 고량주를 앞에 두고는 소금기 머금은 말을 뱉다가 자주 팔매질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사람처럼 여자는 행동했다. 나는 여자를 달래주지 않았다. 못된 남자처럼. 내가 측은한 마음으로 속삭인다면 여자는 결국 스스로 확신할 만큼 참으로 사소해질 것이기에. 대신 나는 뒤꿈치를 들고 아주 먼 곳으로 가, 혼자 속상해 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파편, 2019년 04월

20190401 (월) 진짜 신기한 게, 힘이 부칠 때 엄마한테 전화하면 기운이 난다. 엄마는 노상 “요즘 많이 바쁘고 힘들지?”라고…

나도 선생이라고…

졸업식만 남겨둔 아이들이 찾아왔다. 아이들이 모여 있다던 흑석동 원불교기념관 1층 뚜스뚜스(브런치카페)는 대놓고 뚜레쥬르 간판을 베낀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지난달 29일 16시 22분에 갈산이웃 현씨가 카카오톡에서 말을 걸어왔다. 마지막으로 연락한 건 2년 전쯤이었다. 프로필 이미지 속의 그녀는…

여름의 뿌리 맛

2012년 첫 빙수다. 어차피 빙수에 불과하지만 올해 첫 수확한 햇빙수처럼 여름의 억센 뿌리가 씹혔다. 그래서인지 사소하게 내뱉는 말에도 생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