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Light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나의 후회를 호언한다. 그래, 어쩌면 나도,

볕이 들지 않는 방 안에서 눈을 뜰 때마다, 넓은 마당이 있던 어느 집에서 들창을 박력 있게 통과한 젊은 햇살의 데시에 늦잠을 뉘어두고 기지개 켠 뒤 찻물을 끓이고 있을 나를 상상한다. 그 깊은 한낮에 내던져진 집에 살았다면 덜 후회했을까. 아니, 모든 후회에는 ‘덜’이나 ‘더’가 없지 싶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후회는 과거에서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뻗어나가는 것이므로 우리가 미리 가늠해선 안 된다. 그리고 이 부분이 밑줄 긋는 희망의 정체다. 몇 해 전에 충동 구매한 책이 절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가, (비싼 만큼 훨씬 훌륭하게) 개정판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조차 나는 후회했다. 아, 이 많은 후회가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2007년엔 후회와 희망의 변증법과 후회와 희망의 역설을 억지스럽게 믿으며 다시 시작한다. 차가워진 몸과 차가워진 가슴은 머리에도 이내 한기(寒氣)를 감염시키리라.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Related Posts

당신으로부터의 추방

  ― 당신, 뭉클하게 좋은 당신. ― 응? 무슨 할 말 있어? ― 그냥. 통화하다가 날 잊어버렸나 해서.…

파편, 2019년 10월

20191004 (금) 나무 위에서. 내가 다가갈 수 없는 무리가 멀리 보인다. 20191004 (금) 일생 동안 읽어야 할 글자를…

오늘 이런 밤공기, 죄송합니다

게워낼 만큼 게워낸 하늘이 잠깐 갰다. 신이 나서 세탁기를 세 번 돌렸다. 옷가지와 수건은 물론, 홑이불과 엠보패드와 베개커버까지…

파편, 2019년 05월

20190505 (일) 얼굴 없이도 잘 웃던. 20190505 (일) 이 부근에 사는 사람을 떠올리며 걷다가 정신이 들면 아주 멀어져…